‘제2의 사스’로 번지나…中 우한 ‘원인 모를 폐렴’에 인접국 초긴장

입력 2020-01-03 22:42
우한 화난수산시장. 신경보 캡처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속출해 ‘제2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에 휩싸인 중국 중부 우한(武漢)을 다녀온 홍콩과 대만인들이 바이러스성 폐렴과 발열 증상을 보여 당국이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2003년 사스 대유행 당시 큰 피해를 입었던 홍콩 보건 당국은 17년 전의 악몽이 반복될까봐 만반의 경계를 펼치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최근 우한을 다녀온 3명의 홍콩인이 발열과 상기도감염(上氣道感染) 증상 등을 보였다고 밝혔다. 상기도감염은 코와 목구멍의 감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편도염, 인두염, 후두염, 부비강염 등이 있다.

이에 홍콩 당국은 3명을 격리 병동에 입원시킨 후 치료했다. 다행히 2명은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으며 나머지 1명도 더는 발열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 3명은 우한을 방문했지만 폐렴 발병의 근원지로 알려진 화난(華南)수산시장을 다녀오지는 않았다. 한편 우한을 다녀온 다른 홍콩인 2명도 바이러스성 폐렴 증상을 보여 당국이 격리 병동에 입원시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원인 불명의 폐렴에 걸린 44명의 환자는 대부분 화난수산시장 상인이다. 이들은 모두 전염병 전문 치료기관인 진인탄 병원에 입원했으며 이 가운데 11명은 위중한 상태다.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1일 화난수산시장에 대해 휴업을 결정했다.

2003년 사스 대유행 때 큰 피해를 겪었던 홍콩 보건 당국은 사태 확산을 우려해 만반의 경계를 펼치고 있다. 홍콩과 접한 중국 광둥성에서 2002년 말 처음으로 발병한 사스는 홍콩으로 확산해 1750명의 홍콩인이 감염됐고 299명이 사망했다. 중국 내에서는 5300여명이 감염돼 349명이 사망했다.

홍콩 당국은 홍콩국제공항에 적외선 센서를 추가로 설치해 우한에서 오는 모든 여행객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14일 내 우한을 방문한 뒤 호흡기 감염,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면 즉시 공공병원에 격리 입원시킬 방침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추가로 확인되는 사항은 매일 공표하기로 했다.

중국과 인접한 대만도 초비상이 걸렸다. 타이완뉴스 등에 따르면 우한에서 비행기를 갈아탄 후 지난달 31일 대만에 도착한 6살 어린이가 발열 증상을 보여 대만 당국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당국은 이 어린이가 우한을 여행하지는 않았고, 이미 독감 백신을 접종했다는 점 등을 감안해 귀가 조치를 했지만 증상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하기로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태스크포스를 꾸려 우한 사태와 관련해 질병 조기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관련 정보가 지역 간에 신속하게 전달되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다만 우한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는 내리지 않았다.

한편 화난수산시장이 겉으로는 해산물을 팔지만 시장 내 깊숙한 곳에서는 뱀 등 각종 야생동물을 도살해 판매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환구망은 지난달 31일 시장에서 버려진 토끼 머리와 동물 내장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가를 인용해 ‘일반적으로 순수한 수산시장에는 폐렴 병원체가 극히 적으며 2003년 사스의 병원체처럼 폐렴을 일으키는 것은 야생동물 안에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우한 현지 보건당국의 초보 조사 결과, 이번 사태는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며 사람 간 전염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고,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도 전염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사스 재발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다른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더 높다”며 사스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설령 사스라고 하더라도 성숙한 예방 체계가 있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우한 경찰은 2일 ‘허위 사실을 온라인에 유포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친 8명을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히며 대중이 허위 사실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