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딸 ‘여행가방’ 가둬 숨지게 한 엄마 검찰송치

입력 2020-01-03 18:29 수정 2020-01-03 18:34

5살 난 딸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부부가 모두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26일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딸을 여행용 가방 안에 2시간동안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엄마 A(43)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아빠 B씨(39)도 딸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정황을 확인해 아동학대 혐의로 함께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B씨는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평소 아이를 훈육하며 학대한 혐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사건 당일 아이를 안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 찍힌 CCTV 영상과 의료진 설명을 종합하면, 아이는 온몸이 물에 젖어 있었고 양손이 중간마디까지 불어있는 상태였다. 입가에는 토사물이 묻어 있었다고 한다. 아이 몸 곳곳에 멍이 든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보다 늦게 병원에 도착한 B씨는 아이 사망 소식에도 무덤덤한 표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에 있던 한 인사는 “아이 아빠가 울거나 흐느끼는 기색 없이 침착하게 수납 업무를 처리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A씨 집 근처에 살던 사람들은 이들 부부의 훈육이 엄격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애가 너무 말라 보여 엄마한테 이유를 물었더니 ‘군것질하는 버릇을 고치려고 밥을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며 “아이가 부모 시야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무섭게 혼내는 모습도 여러번 봤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