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할머니의 117번째 생일상… 세계 최고령이지만 식사도 거뜬

입력 2020-01-03 15:59
올해로 117번째 생일을 맞이한 세계 최고령자 다나카 가네 할머니. 연합뉴스

세계 최고령자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일본의 다나카 가네 할머니가 지난 2일 117번째 생일을 맞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오카시의 한 노인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다나카 할머니는 117번째 생일을 맞아 둘째 며느리(85)가 건넨 꽃을 받고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날 생일에서 다나카 할머니는 요양 시설에서 나온 식사도 거뜬히 먹었다.

다나카 할머니는 지난해 3월 116세 66일의 나이로 영국 기네스월드레코드 측으로부터 남녀를 통틀어 ‘생존한 세계 최고령자’ 인증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는 다나카 할머니는 그간 걸어온 삶을 더듬어볼 수 있는 흔적들을 메모로 남겼다. 둘째 며느리가 보관 중인 이 메모에는 일본 근현대사에서 벌어진 전쟁, 가족과의 이별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나카 할머니는 1903년 후쿠오카의 한 농가에서 형제 9명 중 7번째로 태어났다. 이후 19세가 되던 해 떡집을 운영하는 한 살 위 사촌과 결혼해 장남을 낳았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남편과 장남이 징집된 후 다나카 할머니는 그 시대를 살았던 대부분 여성처럼 억척스러운 삶을 이어왔다.

당시 상황에 대해 “남자 몸은 아니지만, 훌쩍훌쩍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며 “몸도 마음도 남자처럼 돼 방아를 찧고 떡메질을 하는 등 뭐든지 할 수 있게 됐다”고 메모에 적었다.

다나카 할머니는 후쿠오카의 미군 기지에 우동 가게를 내고 둘째 아들과 양녀 외에도 전쟁터에서 숨진 친척의 아이까지 셋을 키웠다. 과로가 겹쳐 급성 소화기 전염병인 파라티푸스에 걸렸음에도 필사적으로 일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45년 일본이 종전 선언한 뒤 다나카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기독교 신자가 돼 소유하던 밭을 교회 부지로 기부하기도 했다. 다나카 부부는 결혼 50주년에는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등 금슬도 좋았다고 알려졌다.

1993년 90세가 된 남편과 사별한 다나카 할머니는 90세 때 백내장, 103세 때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대장암 수술을 받고 나서는 “맥주가 마시고 싶다”고 말하는 등 담당 의사가 놀랄 정도의 회복력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자신의 장수를 축하해주기 위해 요양시설을 방문한 다카시마 소이치로 후쿠오카 사장에게 다나카 할머니는 “죽는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