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을 지낸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임명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기업은행은 전날 “윤종원 전 비서관이 제26대 행장으로 취임한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윤 행장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기업은행 노조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노조는 “대통령의 기업은행장 임명에 불복한다. 단 한발짝도 기업은행에 못 들여놓는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3일 새벽부터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정문을 바리케이드로 봉쇄하고 후문에서 수십명이 대기하며 윤 행장의 진입을 막았다. 노조원들은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오전 8시30분쯤 도착한 윤 행장의 면전에 “우리 입장은 이미 전달했으니 더는 정권과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에 윤 행장은 “함량 미달 낙하산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은행은) 1만4000 가족들의 일터이기도 하지 않나. 열심히 해서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약 10분간 출근을 시도하다가 차에 올라 타고 발길을 돌렸다.
청와대 관계자의 이날 발언은 기업은행 노조의 ‘함량 미달 낙하산’ 언급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윤 행장은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등을 지냈다. 현 정부에서는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했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조는 ‘외부 관료 출신이 은행 현장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그의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기업은행장은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