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경남 김해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해군교육사령부 기관학부 전기학과 문준혁(20) 하사가 김해시 장유면에 있는 율하천에 빠진 70대 할머니를 구한 이야기였습니다. (관련 기사 : [아직 살만한 세상] “어떡해” 한마디에 영하 1도 강물 뛰어든 청년)
영하의 날씨에 몸을 던져 인명을 구한 청년은 휴가를 끝내고 부대로 복귀한 뒤에도 자신이 한 일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고를 접수한 경찰이 문 하사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부대 측에 전달하면서 선행이 알려졌다고 합니다. 문 하사는 이 일로 지난달 31일 경찰서장 표창을 받았습니다. 이때 문 하사가 한 말도 더없이 훈훈합니다.
문 하사는 경찰서장 표창을 받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서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며 “오히려 제가 때마침 그 자리에 있어서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하다”고 했답니다.
네티즌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문 하사의 선행을 다룬 기사에 “아직 살만한 세상에 감사드립니다” “영하의 기온인데 물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대단하다”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한 네티즌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는 문 하사의 말에 “멋진 인성을 겸비한 군인이다”라고 화답했습니다.
기자는 수소문 끝에 용기 있는 행동으로 할머니를 구한 문 하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국민일보는 3일 “누가 있었어도 저처럼 행동했을 것”이라며 겸손하게 말하는 문 하사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당시 상황은
“지난달 3일 낮 12시에서 1시 사이쯤이었습니다. 임관한 뒤 첫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날이었는데요. 정복을 착용하고 율하천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방에 멀리 있는 한 아주머니께서 저를 보시더니 ‘어머나, 어떡해, 경찰 아저씨! 경찰 아저씨!”라고 외쳤습니다. 말씀하신 직업과 제 직업이 달라 갸웃하긴 했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저를 부르시는 것 같아서 급하게 뛰어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가 하천에 빠져 나오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위급해 보여서 입고 있던 정복을 탈의하고 그대로 물속에 뛰어들었습니다. 10분 정도 노력한 끝에 할머니를 구조했습니다.”
- 행인이 아주머니 한 분밖에 없었는지
“그 당시에는 아주머니 한 분만 있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최초로 물에 빠진 할머니를 우연히 목격하시고, 구조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벅차서 도움을 청한 사람을 찾다가 저를 발견하신 것 같았습니다. 저희가 할머니를 구하면서 주변 도움도 계속 요청했습니다. 그러다 행인이 2~3명 정도 더 오셨고, 그분들까지 합세해서 할머니를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 할머니가 익사 위기였는지
“기사만 보면 수심이 깊어서 익사 직전 할머니를 제가 구한 거로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할머니 기준으로 물이 허리 정도 차 있었으니까 실제로 수심이 깊지는 않습니다. 물이 턱 끝까지 차올라 허우적대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자력으로 일어나지를 못해 전신이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제가 할머니를 물속에서 꺼낼 때 이미 몸이 많이 얼어있었고 축 처진 상태였습니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익사는 아닐지라도 저체온증이 와서 위험한 상황이었을 것 같습니다.”
- 날씨가 영하 1도였는데 두려움은 없었는지
“네.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가 빠져 계신 모습을 보고는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얕은 물이기도 했지만 제가 해군이라 물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습니다. 단지 빨리 구조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물속에 뛰어들었습니다.”
- 할머니를 구조한 뒤 후속 조치까지 했다는데
“구조 당시 의식은 있으셨는데 대답을 제대로 못 하셨습니다. 자꾸 “아프다, 아프다”는 말씀만 반복하셨어요. 많이 추워 보이고 아파 보이셨습니다.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겠단 생각에 할머니의 젖은 겉옷을 벗긴 다음에 제 정복이랑 주변 사람들의 옷가지를 덮어드렸습니다. 의식을 잃지 않도록 몸도 주물러 드렸습니다. 그 사이 구조대원이 와서 무사히 구조된 것 같습니다.”
- 선행이 알려진 뒤 주변 분들의 반응은
“그때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어도 할머니를 구했을 것이란 생각에 구조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부대에 인명구조 사실을 알려서 여러 매체를 통해 기사가 나가게 되었네요. 너무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쑥스럽기도 한데, 제가 한 행동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 새해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런 경험을 밑거름 삼아 앞으로도 고통받거나 힘들어할 때 외면하지 않고 더불어 같이 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남을 우리처럼 생각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