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부 최고 영웅, 美공습에 사망… “격렬한 보복” 경고

입력 2020-01-03 14:14
3일 미국의 이라크 바그다드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EPA연합뉴스

이란 군부의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63) 쿠드스군 사령관이 3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표적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 이란이 보복을 예고해 미국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우려된다.

미국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성명을 통해 “명예로운 이슬람 최고사령관 솔레이마니가 순교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보도 후 자기 트위터 계정에 성조기 사진을 올려 사실상 이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이자 헌법기관인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인 모흐센 레자에이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겨냥한 격렬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솔레이마니 장군은 이란 신정일치 체제의 중추인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총사령관으로 이란 보수파의 핵심 인물이다. 쿠드스군은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해외의 친이란 무장조직이나 정부군에 대한 혁명수비대의 지원, 지휘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을 벌일 때 전장에 직접 나가 진두지휘를 하기도 했다.

솔레이마니 장군은 이란에선 영웅 대우를 받아왔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혁명수비대 가운데서도 쿠드스군을 테러리즘 지원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지난 15년 동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의 존재감을 공고히 하고 중동 일대를 이란에 유리하게 재편하는 노력을 주도해온 인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 이라크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리군 격인 시아파 민병대의 충돌이 잦아진 배경에도 솔레이마니가 있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외신들은 이번 미군 공습에서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도 숨졌다고 보도했다. PMF는 성명을 내 “바그다드 국제공항 도로에 있는 그들의 차량을 미국이 공습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두 달째 이어진 미군시설에 대한 포격, 최근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시위대의 습격을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으로 지목했다. 알무한디스는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의 창설자로 시아파 민병대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외신들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표적 공습 때문에 이란의 보복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이들의 죽음은 중동의 잠재적인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에 맞선 중동 세력으로부터 엄혹한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표적 공습 보도 전에는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대한 폭격 소식도 전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바그다드 공항 화물 터미널 인근에서 일어난 공습으로 모두 8명이 사망했으며 사망자들의 시신이 불에 타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