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FC’ 여자 아톰급 챔피언으로 국내 여성 종합격투기 일인자인 함서희(33·부산팀매드)가 일본 에이전시의 횡령 의혹을 폭로했다.
함서희는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려 모로오카 히데카츠 CMA 회장과 그의 아내인 재일교포 이윤식 씨의 횡령 사실을 고발했다. 함서희는 2007년 2월 일본 단체 딥(DEEP)28에서 프로 데뷔했다. 13년 동안 총전적 31전 23승 8패를 기록했는데, 그중 일본에서 뛴 경기는 무려 21번이다. CMA는 함서희의 데뷔 때부터 함께 일하며 일본 현지 경기를 연결한 에이전시다.
함서희는 “지금까지 모든 시합은 모로오카 사장 부부를 통해서 뛰었다”며 “항상 저를 딸이라고 말씀하셔서 저도 ‘일본 아버지·어머니’로 생각하며 따랐다”고 입을 뗐다. 이어 “5년 만에 일본 경기를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도 이들을 통해 시합을 했다”며 “그러던 중 두 사람이 말 한마디 없이 제 ‘파이트머니’를 횡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파이트머니란 시합을 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보수다.
그는 “그 금액이 그냥 100~200만원이었다면, 그동안 고생하셨기에 감사한 마음에라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항상 ‘한국 선수들 일본 시합시켜서 1원 한 푼 챙긴 적 없고, 한국 선수들이 오면 늘 적자’라며 한탄하셨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두 사람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이 있었지만 믿지 않았다. 그러나 증거가 모이기 시작하면서 저의 믿음과 신뢰가 무너졌다”며 “내가 일본 시합에 복귀해 2019년 7월, 10월 두 번 시합하는 동안 (부부가) 3000만원 정도를 말없이 횡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일을 알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합에서 돈을 챙겼을까, 얼마나 많은 한국 선수들이 당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부모라고 생각하고 믿었던 분들이기에 조심스러웠고 고민을 했지만, 힘들게 운동하며 돈을 버는 또 다른 피해 선수들이 안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함서희는 “지금도 그분들은 미안한 마음 없이 다른 선수들을 물색하고 시합에 참여시키고 있다. 반성 없는 모습에 너무 실망스럽다”며 “이런 짓을 하는 두 사람이 격투기 바닥에서 없어지길 바라고 그들을 따르는 선수 또한 없길 바란다”고 썼다.
모로오카 회장과 이씨는 2004년 최무배가 프라이드와 계약할 때부터 한국 선수들을 맡아왔다. 이후 꾸준히 일본 무대에 서는 한국 선수들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반대로 일본 선수들을 한국 대회에 소개해주기도 해 한일 종합격투기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혀왔다. 그러나 그동안 이들이 선수들의 파이트머니를 몰래 챙겼다는 의혹이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함서희의 폭로에도 모로오카 회장 부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 함서희 인스타그램 폭로 글 전문
2007년부터 일본시합을 하기시작하면서 일본에 모로오카히데카츠 사장님과 그분의 와이프인 이윤식 사모님과 함께 일본시합을 잡고 시합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15년 동안 일본의 모든 시합은 이 두 분만을 통해서 뛰었습니다.
항상 저를 딸이라고 말씀하시며 저도 일본의 아버지 어머니라 생각하며 따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5년 만에 일본시합에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다시 이 두 분을 통해 시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두 분이 저에게 말 한마디 없이 저의 파이트머니를 횡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금액이 그냥 일이백이면 저도 그동안 저 때문에 고생하시는 거 생각해서 감사한 마음에라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항상 두 분이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한국선수들 일본 시합시켜서 1원 한 푼 챙긴 적이 없다고, 한국선수들 오면 항상 적자시라며 한탄을 하셨기 때문에 저도 마음이 항상 불편했습니다.)
그동안 두 분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이 많았지만 믿지 않았습니다. 아니라고 생각하며 계속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면서 15년 동안 쌓아온 저의 믿음과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제가 일본시합에 복귀해 2019년 7월, 10월 두 번 시합을 하는 동안 3000만원 정도의 금액을 말없이 횡령하였습니다.
이 일을 알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나의 시합의 돈을 횡령했을까…. 또 얼마나 많은 한국선수가 당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정말 15년 동안 부모라 생각하고 믿고 따른 분들이기에 이런 글 올리는 것 자체도 많이 조심스러웠고 고민했지만 저를 시작으로 힘들게 운동하며 돈 버는 또 다른 피해를 받는 선수들이 안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지금도 그분들은 미안한 마음 없이 다른 선수들을 물색하고 시합에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반성조차 하지 않는 이분들이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그런 짓을 하고있는 두 분이 이 격투기 바닥에서 없어지길 바라고, 그 두 분을 따르는 선수들 또한 없길 바랍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