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총회장 목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새해 첫 주말인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연이어 예고됐다. 비슷한 시간대 서울맹학교 학부모회가 학습권과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신청한 상태라 지난달 21일처럼 두 시위대 간 충돌이 재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범투본은 4일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지난 2일 전 목사는 구속영장 기각 후 종로경찰서를 나가는 길에 “집회를 당연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범투본 관계자는 “전 목사가 영장 기각 후 처음으로 참여하는 공식 행사인만큼, 평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범투본은 집회를 진행한 뒤 청와대 사랑채 방향으로 행진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1일 경찰의 청와대 인근 집회 금지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범투본의 요구를 일부 인용해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의 집회를 허용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맞서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와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는 오후 2시30분부터 통의동 로터리에서 ‘무분별한 집회에 대한 부모들 3차 대응 집회’를 경찰에 신고했다. 학부모회는 “범투본과 국본 등 시위대가 집시법을 내세워 지역주민들과 장애인 가족들의 고통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에는 학부모회 집회가 청운효자동 사거리에서 행진하던 국본 측을 막아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만, 학부모회에서는 이번 집회를 평화집회로 규정해 물리적인 충돌 등은 최소화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범투본은 집회 소음 수준을 낮추기로 하는 등 학부모회와 협의가 끝나 집회 개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범투본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소음 등 문제에 대해서는 협의가 다 끝난 사안이고, 집시법 등을 고려했을 때 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겨울방학이 시작된 시기에 수업권과 이동권의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익명을 요구한 학부모회 관계자는 “지팡이와 청각에 의존해 걷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시위대의 욕설과 소음이 위협 그 자체”라면서 “많은 맹학교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경찰은 이날 있을 집회 및 행진 장소를 중심으로 교통통제에 주요 노선버스와 일반차량에 대한 교통통제를 할 방침이다. 또 충돌에 대비해 충분한 경력을 배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