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한 고교, 불공정 시험 의혹 제보 학생 색출 논란

입력 2020-01-03 13:25
전남 순천의 한 고등학교가 시민단체의 시험 불공정 의혹 제보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보다 제보자 색출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순천 소재 한 고등학교는 지난해 12월말 기말고사 한국사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에게 힌트를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사 교사가 1학년 6~10반 학생에게 서술형과 객관식 문제의 힌트를 주고 1~5반 학생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는 의혹을 학생들이 제기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 없이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모임은 공정하게 시험 관리를 못 했다는 제보를 받고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전남도교육청의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연말 업무가 과중하다'며 학교 측이 스스로 조사토록 조치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는 학교 측이 제보자 색출에 초점을 맞추는 설문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나눠 준 설문지에는 '힌트를 준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1~6반 학생에게만 힌트를 줬다는 사실을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등 제보 경위를 캐거나 '알려준 학생은 어떤 학생이었냐'라는 식의 제보자 신원을 묻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여러분의 문제 제기의 진실성이 의심받게 된다'는 등 압박성 문항도 포함돼 학생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학교는 또 '전남도교육청이 설문조사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설문지에 담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시민모임은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시민단체에 제보했는데, 오히려 학교가 제보자를 색출하려 들면 신고자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며 "불공정한 시험 등 의혹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신고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피해를 겪도록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재발 방지대책 수립 등 전남도교육청이 학교 측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