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배임 등 혐의로 체포됐다가 레바논으로 영화 같은 탈출극을 벌인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이 레바논행 과정에서 아내의 개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곤 회장은 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성명을 보내 “내 아내 캐럴과 다른 가족이 나의 출국에서 역할을 했다는 언론 보도는 거짓”이라며 “나는 혼자 출국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마이니치 신문과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은 곤 회장의 탈출 계획을 아내 캐럴이 짰다고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은 일본 형법상 ‘징역·금고 3년 이상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해당해 정상적인 출국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캐럴의 주도로 파티가 벌어지는 사이 악기 케이스에 숨어 자택을 빠져나간 뒤 자가용 비행기를 통해 일본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캐럴은 이 비행기에도 동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의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의해 구속됐다가 10억엔(약 106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지난해 3월 풀려났다. 이후 지난해 4월 4일 재구속됐다가 5억엔(약 53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20일 만에 재석방돼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프랑스·레바논·브라질 3중 국적을 갖고 있는 곤 회장은 재판 승소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해 레바논으로 도주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의 대리인을 통해 “겨우 미디어와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몸이 됐다”며 일본을 탈출한 사실을 밝혔다. 탈출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의 정치적 박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는 레바논 정부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AP 통신은 “곤 회장에 대한 인터폴의 ‘적색 수배’ 요청이 레바논 검찰에 접수됐다고 알베르토 세르한 레바논 법무장관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레바논은 일본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아 레바논 정부가 곤 회장을 일본에 넘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현재 곤 회장은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 캐럴과 함께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