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을 하면서도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1 잔류를 이끄는 투혼을 보여줬던 유상철(49)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놨다.
인천은 췌장암 투병 중인 유 감독이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해 고심 끝에 이를 수리했다고 2일 밝혔다.
인천은 당초 올 시즌도 유 감독과 함께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현재도 투병 중인 유 감독이 팀에 피해를 주는 걸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인천은 유 감독을 팀의 ‘명예 감독’으로 선임하고 올해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인천 관계자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이자 팀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유 감독에게 예우를 다하기 위해 명예 감독으로 선임했다”며 “유 감독의 치료도 물심양면으로 계속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감독은 지난해 5월 인천의 9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으로 인천 선수단에 힘을 불어 넣은 유 감독은 강등권 경쟁이 펼쳐지던 지난해 10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유 감독은 투혼을 발휘해 그라운드를 지켰고, 똘똘 뭉친 인천은 최종 순위 10위(7승 13무 18패·승점34)로 극적인 1부 잔류에 성공했다.
유 감독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천에서 정말 행복한 기억을 많이 얻었다. ‘마지막 남은 약속’을 지켜달라는 팬 여러분의 외침에 보답할 수 있도록 반드시 완쾌해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
한편 인천은 새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오는 7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치러질 해외 전지훈련 일정은 임중용(44)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된다.
▲ 인천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온 ‘유 감독이 팬들에 보내는 편지’ 전문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인천유나이티드 감독 유상철입니다.
먼저 2020년 경자년(庚子年)을 맞아 새해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팬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엔 하는 일 모두 잘 되시고, 행복과 건강만 가득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다시 한 번 팬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게 된 이유는, 오늘(1/2)부로 제가 인천 감독직을 내려놓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시즌을 마치고 항암 치료와 휴식을 병행하면서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구단과 선수들을 위해서 저는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욕심도 있었습니다. 2020년에는 정말 좋은 모습으로,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모두의 눈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축구를 팬 여러분께 보여 드리는 것이 팬 여러분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투병이라는 뜻하지 않은 변수 속에서 저는 냉정히 판단해야만 했습니다.
인천에서 보냈던 지난 7개월은 가장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 전달수 대표이사님과 이천수 실장을 비롯해 모든 구단 사무국 임직원분들과 코칭 및 지원스태프, 선수단, 그리고 우리 인천 팬들과 수많은 분이 물심양면으로 저를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는 건강 회복을 위한 치료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팬 여러분이 저한테 부탁하신 ‘마지막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건강한 모습으로 팬 여러분께 다시 인사드릴 수 있도록 잘 치료받겠습니다.
비록 몸은 인천을 떠나지만, 저는 언제나 인천과 함께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인천을 응원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며 인사말을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유상철 드림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