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어떡해” 한마디에 영하 1도 강물 뛰어든 청년

입력 2020-01-03 00:30 수정 2020-01-03 16:40
문준혁 하사. 연합뉴스

물에 빠진 70대 할머니를 구조한 해군 하사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31일 해군 교육사령부에 따르면 해군교육사령부 기관학부 전기학과 문준혁(20) 하사는 지난달 3일 경상남도 김해시 장유면 율하리 율하천 인근에서 “어머나, 어떡해”라는 한 행인의 외침을 들었습니다. 그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급하게 달려갔습니다.

문 하사의 눈앞에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A씨(71)가 율하천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습니다. 행인은 물에 빠진 노인을 목격하고 소리를 질렀던 것입니다.

문 하사는 A씨를 구조하기 위해 하천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날 경남 김해시 기온은 영하 1도였습니다. 하지만 추운 날씨는 그에게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A씨를 물 밖으로 꺼낸 문 하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119에 신고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구급대원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A씨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고 본인 옷가지를 덮어주는 등 응급조치도 했다는군요.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무사히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하사는 휴가를 끝내고 부대로 복귀한 뒤에도 인명구조 사실을 따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고를 접수한 경찰이 문 하사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부대 측에 전달하면서 선행이 알려졌습니다. 문 하사는 경찰서장 표창을 받았습니다.

문 하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서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며 “오히려 제가 때마침 그 자리에 있어서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물에 빠진 사람을 목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구한다”는 답지를 선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이유가 행동을 머뭇거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올해도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을 목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비록 사소한 도움일지라도 새해에는 권 하사처럼 ‘답지’를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