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의 홍수가 쏟아져 현재까지 26명이 사망했다. 2일 오후(현지시간)부터 빗줄기가 잦아들어 주민들은 수습 작업에 나섰다. 어른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지만 아이들은 불어난 물에서 해맑게 물놀이를 즐겼다.
지난달 31일 오후(현지시간)부터 비가 쏟아져 자카르타 주민들은 새해를 자연재해 속에서 맞이해야 했다. 2일부터는 빗줄기가 잦아들었지만 이미 성인의 허리춤 높이까지 불어난 물에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물을 피해 높은 고가도로 밑으로 피신한 이들도 있었다. 경찰들은 소형 보트를 끌고 와 주민들 대피를 도왔고, 주민들은 귀중품을 끌어안고 보트에 타 이재민 캠프로 향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은 물에 잠긴 도심을 거대한 수영장으로 활용해 물놀이를 한껏 즐겼다.
스티로폼에 기대거나 구명조끼를 입고 물 위에 떠서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이들 여럿이서 서로 물을 튀기며 노는 모습도 포착됐다. 홍수로 자카르타 시내 전체에 대란이 일어났지만 아이들만큼은 행복한 모습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번 폭우로 현재까지 자카르타 9명, 보고르 11명, 브카시 3명, 드폭 3명 등 총 26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들은 저체온증, 익사, 산사태, 감전사 등으로 숨졌다.
자카르타에서는 주택과 건물 수천 채가 침수됐고 이재민 3만여명이 발생했다. 철도 운행이 멈추고 공항이 폐쇄되는 등 교통망이 마비됐는가 하면 곳곳에서 정전과 수도 공급 중단 사태가 빚어졌다. 자카르타에는 269곳의 이재민 캠프가 설치됐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에 따르면 자카르타 동부의 할림 페르다나쿠수마 공항에는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에만 377㎜의 폭우가 쏟아졌다. 2007년 자카르타에 쏟아진 340㎜의 최대 폭우 기록을 갈아치웠다.
교민들 피해도 잇따랐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이번 폭우로 교민 다섯 가족이 주택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