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깰까봐?” 두살배기 유모차째 화장실서 재운 보육교사

입력 2020-01-03 00:33 수정 2020-01-03 00:33
아이의 어머니인 A씨가 지난달 24일 도봉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작성한 글과 함께 첨부한 사진. 도봉구 홈페이지

서울 도봉구의 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보육 교사가 아이가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두살배기를 유모차에 태워 화장실에서 재워 논란이 일고 있다.

도봉구청은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생후 26개월 유아를 유모차에 태운 채 화장실에서 약 2시간 동안 재운 것으로 조사된 정규직 교사 1명과, 이를 방조한 정규직 교사 1명·비정규직 보조교사 1명 등 3명에게 지난달 31일 면직 승인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관할 구청이 설치하는 육아 지원 기관으로 부모가 원하는 경우 어린이집처럼 시간 단위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의 어머니인 A씨가 지난달 24일 도봉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작성한 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1시10분쯤 26개월 된 자녀를 창동에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약 2시간가량 맡겼다.

오후 3시20분쯤 센터로 돌아온 A씨는 직원으로부터 “아기가 유모차에 탄 채 화장실에서 자고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화가 난 A씨가 화장실에서 아이를 재운 것에 대해 항의하자 센터 측은 “아이가 너무 울었다. 잠들었는데 유모차에서 내리려다 깰까 봐 (그랬다)”라며 “정말 아이를 잘 돌보기 위해 화장실에 재운 것이다. 화장실 문에 있는 유리로 아이를 한 번씩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A씨는 구청 홈페이지에 관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고 “화장실이라는 비상식적이고 유해한 공간에서 아이를 재운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교사와 방관하거나 동참한 다른 교사들의 얘기를 들으며 심각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도봉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캡처

논란이 커지자 도봉구청은 자체 조사에 나섰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달 24일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으며, 지난달 31일 자로 관계된 교사 3명을 면직 승인 처리했다고 밝혔다. 면직 승인은 면직 처분의 직전 단계다.

그러면서 “아이가 당시 유모차를 타고 화장실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이의) 어머니가 주장하는 것처럼 ‘아이가 시끄러워서 화장실에 재웠다’는 건 좀 더 확실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른 아이가 등원하면서 아이가 깰까 봐 잠시 유모차째로 화장실에 옮겨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봉구청은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날부터 한 달 동안 센터 내 시간제 보육 프로그램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조사 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