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우주강국’ 향한 인도의 꿈, 올해는 성공할까?

입력 2020-01-02 17:29 수정 2020-01-02 17:38
1981년 인도에서 우마차에 위성을 싣고 돌아다니며 안테나 범위 테스트를 하는 모습.

‘저비용 고효율’ 우주기술 강국을 꿈꾸는 인도가 새해를 맞아 세 번째 달 착륙 임무에 돌입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해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가 달 착륙에 실패했지만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다. 올해 임무에 성공할 경우 인도는 러시아, 미국, 중국에 이어 달 표면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네 번째 국가가 된다.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는 1일(현지시간) 벵갈루루에 있는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찬드라얀 3호 발사 계획을 일부 공개했다. 탐사선 개발 총책임자인 카일라사바디부 시반 ISRO 국장은 “2020년은 찬드라얀 3호의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 발사를 목표로 두고 있다. 다만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발사될 전망인 찬드라얀 3호는 달 남극에 착륙해 일대를 탐사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달 남극에 탐사선을 보낸 국가는 없다.

인도는 앞선 두 번의 달 착륙 시도에서 모두 실패했다. 찬드라얀 1호는 2008년 레이더를 활용해 달 표면에서 물 흔적을 찾으려고 시도했지만 달 궤도를 도는 데 그쳤다. 지난해 9월 발사된 찬드라얀 2호는 달 궤도에는 성공적으로 진입했지만 달 남극 부근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해 교신이 끊겼다.

인도는 50년 전 빈국이 왜 우주 개발에 나서느냐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저비용 개발 전략을 내세우며 우주 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81달러에 불과했지만 인도 정부는 우주 개발이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철학 하에 개발을 밀어붙였다. 1979년 여름 인공위성 탑재 장거리 로켓 발사시험에는 경탄과 조소가 함께 쏟아졌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인도가 인공위성 발사체를 독자 개발해 시험에 나섰다는 점에 세계가 놀랐지만 정작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따로 있었다. 인공위성과 발사체를 발사 장소까지 옮긴 운반 도구가 우마차였기 때문이었다.

우마차로 위성을 끌고 다니던 인도였지만 지속적 투자와 연구 덕에 2014년 망갈라얀호를 화성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단 한 번의 시도로 화성 탐사에 성공하며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의 대열에 오른 것이다.

인도의 우주강국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특유의 저비용 개발 방식 때문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인도는 재활용 전략을 택했다. 로켓을 발사하고 난 뒤 바다에 떨어진 추진체는 건져서 수차례 재활용했고, 달 탐사선에 썼던 장비를 화성 탐사선에 이식해 쓰기도 했다. 찬드라얀 2호의 경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달까지 거리는 더 길지만 연료 효율은 더 높은 경로로 발사됐다.

실제 인도의 우주개발 예산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다. ISRO의 2017년 예산은 12억 달러로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예산 210억 달러의 5.7%에 불과했다. 지난해 찬드라얀 2호에 투입된 예산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제작 비용의 절반 수준인 3억5600만 달러(약 4252억원)였다. 시반 국장은 “찬드라얀 3호는 2호와 비슷한 구성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동일한 착륙선, 탐사선, 추진 모듈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텐드라 싱 인도 우주부 차관도 3호가 2호에 비해 더 경제적인 예산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