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 또 축소될까

입력 2020-01-02 18:31
김정은, 노동당 전원회의서 한·미연합훈련 맹비난
핵담판 또는 도발명분 염두에 둔 포석
‘연합훈련 완전중단’ 가능성은 떨어져
대북 수퍼매파 볼턴 “모든 연합훈련 재개해야”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상(오른쪽)을 보면, 그의 입술 주변에 뾰루지가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왼쪽)에는 김 위원장 얼굴이 깨끗하게 보정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또다시 비핵화 협상 카드로 떠오를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연말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맹비난한 탓이다. 이미 상당히 축소돼 있는 한·미 연합훈련이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은 떨어진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핵 담판’을 이끌어내거나 군사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목적으로 무리한 카드를 들이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는 2018년부터 비핵화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된 방식으로 진행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조정·시행한다는 기조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한·미 양국은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사실상 대규모 연합훈련의 실시를 자제해 오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3대 한·미 연합훈련으로 꼽히는 키리졸브연습(KR)과 독수리훈련(FE),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UFG)은 이미 공식 종료된 상태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더욱이 한·미는 현재 대대급 이하 한·미 연합훈련만 실시하고 있다. 북한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명칭도 쓰지 않고 있다. KR, UFG를 대체하는 전·후반기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도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에 다시 앉히려면 한·미 연합훈련 카드를 다시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이날 노동당 전원회의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 조정 카드를 다시 꺼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1~2월에 한·미가 북·미 협상의 불씨를 살리는 과감한 대북 메시지와 선언적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한·미 연합훈련의 조정”이라며 “연합훈련의 새로운 모델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북한의 요구대로라면 한·미 연합훈련을 완전히 중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완전한 훈련 중지 방안은 “연합대비태세를 현저히 떨어뜨리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는 반론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한·미 연합훈련 유예 카드를 너무 일찍 써버리는 바람에 추가로 꺼낼 유인책을 찾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 연단에 서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같은 해 5월 백악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민일보DB AP뉴시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 글을 통해 “미국은 한국에서 취소되거나 축소된 모든 군사 훈련을 완전히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보고 내용에 대해 “미군이 정말 ‘오늘 밤 싸울’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청문회를 열라”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볼턴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 정책 등에서 이견을 보이다 지난해 9월 전격 경질됐다. 다만 비핵화 협상 대신 ‘새로운 전략무기’ ‘충격적인 실제 행동’을 거론하며 도발 의사를 내비친 김 위원장에 대한 미 정치권의 대북 강경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