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배임·사기 등 비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의회에 기소 면책특권을 요구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면책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들을 날조된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형사사건 3건에 대해 의회에 기소 면책특권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면책은 일시적이다. 의회 임기말에 취소되는 것”이라며 “나는 (의원 임기가 끝난 뒤) 법정에 가서 터무니없는 혐의들을 반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2005년 의회 면책법을 개정해 의원들에게 면책특권을 자동 부여 하지 않는다. 대신 관련 사안이 있을 때 총회에 요청하도록 한다. 면책특권을 받으려면 하원의원 절반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현재 이스라엘은 야당이 과반이어서 네타냐후 총리의 면책특권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타임오브이스라엘(TOI)는 네타냐후 총리가 적어도 3개월간 사법절차 진행을 멈추는 효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날은 1일은 네타냐후 총리가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있는 마지막 날로, 그가 면책특권을 주장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사법절차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의회는 오는 3월 2일 3차 재선거를 위해 해산한 상태라 이를 심의할 위원회가 없기 때문에 3월 의회가 구성된 이후에나 네타냐후 총리의 요청을 검토하고 결정할 수 있다.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중도정당 청백당의 베나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는 자신이 유죄라는 것을 안다”며 총리의 면책을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1996년부터 현재까지 총 13년 9개월간 역대 최장기간 재임 중인 네타냐후 총리는 각종 비리 혐의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기소됐다. 그의 혐의는 크게 3가지다.
가장 심각한 의혹은 우호적 언론보도를 대가로 언론사 대주주인 이스라엘 대형 통신업체 베제크에 유리하게 통신 규제정책을 추진한 혐의다. 2015년 총선을 앞두고 베제크에 5억2000만달러 규모의 이권을 주는 대가로 베제크가 운영하는 뉴스 웹사이트에서 우호적인 기사 수백건을 싣도록 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문가 조언을 통해 정책을 추진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에게서 수년간 고급 샴페인과 보석 등 약 26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스라엘 최대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입법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각각에 대해 ‘친구 관계에서 오간 것뿐’이라거나 ‘법안을 통과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