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고춧가루 부대를 넘어 다크호스로

입력 2020-01-02 16:59 수정 2020-01-02 17:00
BNK 선수들(가운데)이 1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시즌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56대 55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WKBL 제공

이쯤 되면 ‘고춧가루 부대’를 넘어섰다. 여자프로농구(WKBL) 막내구단 BNK가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며 WKBL 봄농구 마지막 자리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BNK는 1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WKBL 정규시즌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56대 55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BNK는 시즌 6승(10패) 째를 거두며 리그 최하위 삼성생명과의 경기차를 1로 벌렸다.

올 시즌 ‘2강(우리은행·KB) 4약’ 구도의 WKBL에서 봄농구 진출도 꿈은 아니다. BNK는 1일 현재 리그 3위 신한은행을 1.5경기차로 쫓고 있다. 최근 5경기 중 4승을 거둘 만큼 기세도 매섭다. 4승에는 리그 선두 우리은행과 2위 KB를 상대로 한 2승도 포함됐다. 올 시즌 우리은행을 상대로 2승을 거둔 팀은 BNK가 유일하다.

시즌 초만 해도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BNK는 창단 첫 해인 올 시즌 개막 5연패를 당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11월 29일 삼성생명전에서 감격의 창단 첫 승을 따낸 뒤 지난달 5일에는 우리은행이라는 대어를 잡아내기도 했지만 곧바로 3연패에 빠지며 BNK의 선전은 ‘찻잔 속의 돌풍’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런데 국내 선수단의 투지 넘치는 수비와 외국인 선수 디마리스 단타스의 맹활약 덕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BNK는 1일 현재 경기당 평균 65.6득점으로 리그 최하위지만 상대의 공격도 그만큼 막아낸다. 우리은행과 KB는 최근 BNK전에서 각각 56득점과 55득점에 그치며 승리를 내줬다. 여기에 단타스가 3라운드 5경기에서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평균 23득점을 쏟아 붓는 등 팀 공격을 이끌었다.

BNK는 힘겨운 창단 과정을 거치며 WKBL에 다시 발을 들여놓았다. 2017-2018시즌 0.114라는 최악의 승률(4승 31패)을 기록한 KDB생명이 시즌을 마치고 해체를 선언하며 농구단이 WKBL의 위탁을 받게 됐다. 이들은 가까스로 네이밍 스폰서를 찾아 직전 시즌 OK저축은행이라는 구단명으로 리그에 참가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OK저축은행은 13승(22패)으로 선전하며 4위로 시즌을 끝냈다. 결국 BNK금융그룹이 부산에 창단을 결정하며 WKBL 6개 구단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BNK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코칭스태프 전원을 여성으로 구성한 구단이기도 하다. 초반 시행착오를 거친 유영주 감독은 최근 여유로운 운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WKBL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막내구단 BNK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