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Happy New year’ 아냐”… 새해도 이어진 시위

입력 2020-01-02 15:20 수정 2020-01-02 15:26
새해를 맞은 1일 홍콩 시위가 이어졌다. 홍콩 도심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은 화염병과 최루탄을 주고받으며 대치를 이어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은 2020년 새해 첫날도 대규모 반정부·민주화 시위가 이어졌다. 시민 약 100만명(주최측 추산)이 거리에 나왔고, 도심 곳곳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화염병과 최루탄 공방을 벌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 신년사에서 ‘홍콩 안정’을 거론하며 경고했지만, 시위대는 5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사태를 외세에 의한 간섭이라며 “내정간섭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 로이터통신 등은 1일(현지시간)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이 빅토리아 공원 등에서 집회를 열고 홍콩 정부에 시위대의 5대 요구 수용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참가자가 100만명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 추산은 약 6만명이었다.

시위대는 이날 홍콩 중심가 코즈웨이베이에서 금융중심가인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했다. 지난해 홍콩사태 이후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범민주 진영 소속 구의원들이 행진을 이끌었다. 이들은 다섯손가락을 편 채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는 공짜로 오지 않는다” 등 구호를 외쳤다. 한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에 “홍콩인들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하기 힘들다”며 “5가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경찰이 잔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정 행복한 새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5대 요구’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홍콩 정부는 시위를 촉발한 송환법은 공식 철회했지만 나머지는 수용을 거부했다.

범민주 야권 및 단체들은 정부가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9월 입법회(국회) 의원 선거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홍콩 시위사태는 1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비폭력 시위를 위해 200여명의 질서유지요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오후 5시 무렵부터 일부 시위대가 친중 성향으로 지목된 기업의 건물을 공격하면서 격화했다. 최근 홍콩 시위지원 단체 스파크 얼라이언스의 계화를 동결한 영국 대형은행 HSBC의 완차이 지점, 맥심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 매장 등이 타깃이었다. 맥심 그룹 창립자의 딸은 홍콩 시위를 폭력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경찰은 시위대 폭력을 이유로 민간인권전선에 행진 중단을 요구했다. 이후 대규모 검거 작전을 통해 시위 참여자 약 400명을 체포했다.

민간인권전선은 페이스북에 폭력 시위가 ‘위장 경찰’ 개입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마스크를 쓴 2명의 시위자가 건물 유리창을 깬 뒤 진압경찰을 향해 “같은 편이야”라고 외쳤고, 경찰은 이들을 체포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도록 했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가 이를 수상히 여겨 추궁하자 이들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홍콩 경찰은 ‘가짜뉴스’라며 반박했다. 경찰은 성명에서 “누군가 가짜뉴스를 만들어 경찰을 음해하고 있다”며 “홍콩 경찰은 어떤 위법행위도 하지 않았고 이번 사건을 엄정하게 조사해 폭도들을 처벌하겠다”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를 외세 개입 탓으로 돌렸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 대변인은 2일 “홍콩 동포들은 새해를 맞아 안정을 간절히 바라는데 외국 정치인들이 흑백을 전도해 사회질서를 지키는 홍콩 경찰을 헐뜯고 폭도들의 기를 북돋우고 있다”며 “홍콩 반환 후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외부 세력이 간섭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중국 정부의 국가 주권과 안전, 이익을 수호하겠다는 결심은 확고하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방침을 관철한다는 의지와 외부 세력이 홍콩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홍콩 행정장관이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홍콩 경찰이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