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 건넸던 남성이 ‘가짜 장발장’ 아버지에게 전한 말

입력 2020-01-02 15:15
MBC 실화탐사대 캡쳐

현대판 장발장 사건 당시 20만원을 건네고 사라진 남성의 정체가 밝혀졌다.

​1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는 마트에서 우유와 빵을 훔치던 부자에게 20만원을 건네준 남성이 출연했다.

지난달 10일 인천 중구의 한 마트에서 전직 택시기사 이모(34)씨와 초등학생 아들(12)이 1만원 상당의 우유, 사과 등을 훔치다 점원에게 적발됐다. 출동한 경찰관은 “아이가 밥을 굶었다”는 이씨의 사정을 듣고 곰탕을 사줬다. 그 때 한 남성이 다가와 현금 20만원을 넣은 봉투를 건네고 사라졌다.

제작진은 인근 CCTV를 분석하고 해당 남성이 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에 찾아갔다. 그 때 후드티와 베레모 등 당시의 옷차림과 똑같은 남성을 포착했다. 그는 분리수거를 하러 집에서 나온 길이었다.

MBC 실화탐사대 캡쳐

그는 칠레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박춘식씨였다. 재단사로 일을 시작해 봉제공장, 제지공장 등을 운영하다 현재는 지퍼를 만드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박씨는 “먹을 걸 훔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내가 돈을 대납해주면 죄를 면제 받을 수 있나? 그 생각까지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유하고 먹는 거라 너무 가슴 아팠다. 요즘 세상에 먹는 걸 훔치는 사람이 어딨느냐. 좋은 걸 훔쳤으면 몰라도…”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MBC 실화탐사대 캡쳐

제작진이 돈을 주고 황급히 사라진 이유를 묻자 박씨는 “그 쪽에서 안 받으면 내가 상처 받을까봐. 경찰 아저씨들 있는데 돈을 받을 수도 없고… 좀 그렇잖아요”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간암에 걸려 간 절제 수술을 했다는 박씨는 “지금까지 해오던 사업들을 정리하고 칠레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한다”고 전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캡쳐

지난달 27일에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장발장 사건’의 아버지는 스포츠토토와 온라인 게임에 돈을 탕진하고 택시기사를 하면서 손님이 분실한 휴대폰을 팔아 돈을 챙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 박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자를 도운 데 후회는 없다”며 “날 때부터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정해진 게 아니니 환경 탓에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을 무조건 손가락질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부자에게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