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中에 각 세우는 대만 여권…반(反)침투법 통과

입력 2020-01-02 15:01 수정 2020-01-02 19:38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

반중 성향의 대만 여권이 오는 11일 치러지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외세의 선거 개입을 금지하는 ‘반(反) 침투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정부가 대만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AP·AFP통신 등은 1일(현지시간) 대만 여권이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날 반침투법안을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차이잉원 총통이 강력 추진한 이 법안은 적대적 해외 세력이 대만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적대적 해외 세력이 선거 관련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등 선거 운동에 나서거나 정치자금 기부 같은 로비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이 담겼다.

대만 정부는 그간 호주 정부에 망명을 신청한 중국인 스파이 왕리창의 폭로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가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 개입하고 올해 대선에서는 차이 총통의 재선을 막으려고 하는 등 대만 정치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며 해당 남성은 무직의 사기꾼이며 탈주범이라고 반박했다.

차이 총통은 반침투법에 대해 “이 법은 모든 방면에서 중국의 침투를 우려하는 대만 사회의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 등을 거치며 고조된 반중 정서에 힘입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는 신년연설에서 “중국이 제안한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라는 정치적 공식은 홍콩에서 실패했다”며 “대만은 결코 일국양제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에서 지난해 6월 반중 시위가 불거지기 시작할 때부터 지지 의사를 드러냈던 차이 총통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친중 후보로 평가되는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보다 지지율상 30% 가까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한 청년층의 지지가 두텁다.

야당인 국민당 의원들은 ‘악법에 저항한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의회에 내걸고 법안 표결에 기권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을 향해 차이 총통의 민주진보당을 이번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