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업무 첫날, 시장으로 간 제주 공무원들

입력 2020-01-02 14:30
2일 제주시 민속 오일시장에서 제주도 2020년도 시무식을 연 후 원희룡 제주지사(왼쪽) 등 참석자들이 오일시장을 둘러보며 장보기 행사를 하고 있다.

제주도가 2020년 새해 업무를 제주 최대 민속시장에서 시작했다. 청사 밖 시무식은 이례적인 일정으로, 올 한해 경제 활성화를 통한 민생 안정에 방점을 찍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제주도는 2일 오전 제주시민속오일시장에서 2020년 시무식을 개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 양윤경 서귀포시장을 포함해 5급이상 공무원과 도내 공사, 출자·출연기관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 지사는 ‘민생 경제’를 핵심 키워드로 강조했다. 원 지사는 “감귤을 비롯한 1차 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모든 공직자들이 힘을 모아 1차 산업을 뒷받침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데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제주도는 경제 활성화 바람을 담은 지사의 신년 메시지 전달에 이어 민생경제 활성화 의지를 담은 퍼포먼스, 참석자들의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를 진행하며 시종일관 경제 활성화의 기조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원 지사는 지난 연말 이후 여러 공식석상에서 민생 안정화 방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원 지사는 신년사에서 △품목 다변화와 질 높은 상품 생산으로 1차산업 경쟁력 강화 △빅데이터를 활용한 관광산업 질적 성장 박차 △공공분야 예산 조기 집행과 제주형 임대주택 공급을 통한 건설 투자 확대 등을 약속했다.

제주도가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는 것은, 지난해 제주 경제지표가 그닥 활기차지 못 했기 때문이다. 우선 제주 경제를 지탱하는 1차산업이 감귤과 양식광어 가격 하락으로 고전했다. 감귤의 경우 잇단 태풍과 비로 당도가 낮게 형성되면서, 5㎏상자 기준 도매 평균 가격이 5000~6000원 사이에 머물렀다. 평년 평균 8000원대보다 20~30% 낮은 가격이다. 제주도는 긴급 자금을 투입해 감귤 수매, 가공용 처리 등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2일 현재도 노지 감귤 가격은 6000원 대에 머물고 있다.

양식 광어의 경우에도 수출물량 감소, 외국산 수입 확대 등으로 가격이 바닥을 쳤다. 제주도는 도내 359개 양식장에서 기르는 중간크기(400~600g)의 광어 200t을 수매한 후 폐기처분하는 긴급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했다.

관광객 감소,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제주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을 기점으로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제주에 본사를 둔 업체들의 지난해 1~3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은 1조 6000억원으로 2017년 2조2000억원에 비해 30% 급감했다. 한국은행 제주지역본부 자료에선 지난 10월말 기준 제주지역에 미분양 주택이 1116가구에 달하는 가운데, 최근 2년간(2017~2018) 도내에 주택 공급 초과가 지속됐고, 지난해 말에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가 82.1로 전국 평균(114.4)을 크게 밑돌아 ‘흐림’을 나타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