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보수 단체의 광화문 집회에서 폭력 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가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취재진 앞에 선 그는 현재 심경에 대해 “분명히 저는 사법당국이 현명한 판단을 잘해서 저의 애국운동을 앞으로는 도와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자신이 폭력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에 잡혀간) 탈북자가 하루 만에 훈방됐다”며 “내가 진두지휘해서 했다고 해도 하루 만에 훈방된 일인데 그걸로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폭력집회를 사전에 계획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비폭력으로 집회를 한다”고 했다.
헌금을 받는 방식으로 불법모금을 한다는 의혹을 두고는 “헌금은 알다시피 우리가, 교회가 애국 운동할 때 예배를 거친다”며 “그걸로 손석희가 불법모금을 조장한다고 말도 안 되는 선동을 하고 언론이 사실로 만들어 사람을 구속하기까지 하는데 그럼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웃으며 법원에 등장한 전 목사는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보자 “이야. 별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한 기자가 질문을 하자 “소속을 밝히세요”라고 말한 뒤, 관계자로부터 물을 건네받아 마시기도 했다. 내내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던 그는 “국민께 한마디 하겠다”면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전 목사는 법원으로 출발하기 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우리의 대표 선수인 자유한국당이 지난주 3개 악법을 저지하는 과정을 보니 한마디로 대한민국에 대한 자세가 무너졌다”며 “이것을 총괄 지휘하는 황교안 대표는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 목사와 범투본 관계자 등 2명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개천절인 지난해 10월 3일 범투본 등 보수 성향 단체가 서울 광화문에서 정권 규탄 집회를 연 것과 관련, 불법 행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받는다.
당시 탈북민 단체 회원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 40여명은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기 위해 경찰관을 폭행하고 경찰 안전벽을 무력화한 혐의를 받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전 목사 등이 ‘순국결사대’라는 이름의 조직을 구성해 청와대 진입을 준비하는 등 이러한 불법 행위를 사전에 계획하고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 목사는 4차례의 경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지난달 12일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목사는 내란 선동과 기부금품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다. 경찰은 고발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