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의 친박(친박근혜)계인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첫 사무총장을 지냈던 한 의원은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이라며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선 “탄핵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 용서를 빈다”고 했다
한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004년부터 2020년까지 16년 동안 여의도 국회에서 생활했다. 긴 시간이었다”며 “이제는 시간적으로 볼 때나 능력으로 볼 때나 당의 사정으로 볼 때나, 제일 중요한 이 나라의 사정으로 볼 때나 불출마를 선언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한국당 주변에서 10개월여 간 진행된 황교안 체제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많다. 터무니없는 말이 많다”며 “황교안 당 대표의 첫 번째 인사 대상자가 저였다. 황교안 체제의 첫 번째 사무총장으로서 힘을 더해주기 위해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에 여러 고언을 주시고 야단치시는 거는 받을 수 있다”면서도 “불출마들이 당내에서 이어지는데 (특정 인물들이) 당에 복귀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면 잘못된 것이다. 그분들은 이미 벌거숭이가 됐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 의원이 말한 벌거숭이는 비박계·복당파 의원들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의원은 기자회견 말미에 “제 의원 생활 중에 탄핵 되시고 감옥에 가신 박근혜 대통령께 정말 죄송하다. 저를 용서해달라”며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한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2004년 당에 제발로 들어왔고 당이 저에게 기회를 줬다. 떠나는 것도 지금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며 ”오늘 결심이 국민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한국당과 자유 우파를 소생시킬 수 있는 정당에게 여러분의 힘을 모아주십사 제가 가진 걸 내려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대표가 ”지난 10여개월간 강한 야당 지도자상을 보여주진 못했을지라도, 죽음을 각오한 단식, 투쟁을 통해 적어도 국민들에게 유일하게 진정성을 보여준 정치인이라 평가한다”며 “그분이 나가는 길이 틀리지 않다고 대화하면서 자주 느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수 통합에 대해선 유승민계 의원들을 겨냥한 듯 “새누리당에 있었던 정치인들이 한국당으로 돌아오고 당명 바꾸는 게 보수통합이라 생각 안 한다. 그건 도로 새누리당 도로 한나라당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여러분들이 분류하는 원조 친박이다. 이를 부끄럽게 생각한 적 없다. 저는 그분을 존경한다”며 “그분이 감옥에 가야 한다 생각하지 않지만, 탄핵은 다른 문제다. 탄핵을 막아주지 못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용서를 빈다”고 덧붙였다.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방송진행자로 주가를 높였던 한 의원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경기 용인에서 내리 4선을 한 한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등 친박계 의원으로 활동해왔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