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 현역 의원 중 8번째 불출마 선언이다.
여 의원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4월 제21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국익을 무시한 채 오직 당파적 이익만을 좇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마다않는 작금의 정치 현실, 나아가 오직 내 편만 국민이라 간주하는 극심한 편 가르기에 환멸을 느꼈다”며 “특히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처럼 정권과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들이 날치기 강행처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법치와 협치 그리고 국익을 포기한 국회에 더 이상 제가 설 자리는 없다. 또한 이러한 망국적 정치 현실을 바꾸거나 막아낼 힘이 저에게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연부역강한 후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뿐”이라고 부연했다.
판사 출신의 여 의원은 1977년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서울고등법원 판사로 근무했다. 변호사 활동 중이던 2008년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진출했다. 지난해부터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왔다.
여 의원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한국당을 제외하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논의를 진행한 여당과 패스트트랙을 막지 못한 야당에 환멸을 느꼈다는 것이다.
여 의원은 여당을 비판하면서 “선거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같은 중요 법안들을 패스트트랙 태워서 강행 처리해서는 안 됐다. 여야의 명확한 합의로 추진돼야 했다”며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날치기 처리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지 않는 정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속한 한국당을 향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때 몸으로 막았어야 한다. 본회의장에서 본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행태는 굉장히 무기력했다. 굉장히 분노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몸으로 막는 건 국회 선진화법 위반 아닌가’라고 묻자 여 의원은 “구속 요건상으로는 당연히 위반이다”라면서도 “그런 행위를 유발한 책임이 여권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법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 겁을 먹고 뒤로 나앉아서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여 의원은 이어 당 지도부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황교안 대표나 심재철 원내대표가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내가 책임진다, 걱정하지 말고 법안을 막아라’고 말했어야 한다”며 “모든 기득권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 대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제일 먼저 내려놓아야 할 기득권이다”라고 밝혔다.
여 의원은 기득권을 내려놓은 뒤 보수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이 비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야권통합, 보수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며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유주의 진영 기치 아래 야권이 통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로운보수당과 통합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드러낸 황 대표를 향해서는 “적절치 않다. 새로운보수당을 창건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주요 통합 파트너”라며 “그런 사람들을 우대하고 당에 들어올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황 대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