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와 관련해 설전을 벌였다. 조 전 장관의 아들 대리시험 논란에 대한 유 이사장의 ‘오픈북’ 발언을 진 전 교수가 강하게 비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자신이 진행한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내가 취재해보니 문항 20개의 쪽지시험인데 아들이 접속해서 본 오픈북 시험으로 어떤 자료든지 참고할 수 있다”며 “오픈북 시험에서 부모가 도와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모가 개입됐다는 의심만으로 기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이어 “(대리시험 의혹은) 단지 검찰의 주장에 불과하고 사실 관계 대해 확인되지 않았는데 검찰의 기소가 아주 깜찍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1일 JTBC ‘신년토론’에 출연해 “오픈북 시험이라고 왜곡 보도하면 어떡하냐”며 “아들의 대리시험 의혹을 ‘오픈북 시험’이라고 표현하면서 대중들의 윤리를 마비시켰다”고 비판했다.
“나도 학교에서 오픈북 시험을 보는데 부모가 와서 보지는 않는다”고 한 진 전 교수는 “시험이라는 건 그 학생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지 그 학생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한 부모가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만일 오픈북 시험이라고 해서 부모 대리 시험을 허용한다면, 배우지 못한 부모 밑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의 몫을 하나도 공부 안 했는데 학벌 좋은 부모 잘 만난 학생이 가로채게 된다”고 한 진 전 교수는 “이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한 현 정부의 가치관과 너무나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그런 불의를 저지른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어울리냐”며 “이런 일들이 있으며 ‘조국 일가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정상인데 (알릴레오 방송은) 그렇게 털었는데 그것밖에 안 나왔나, 조국은 얼마나 청렴한가 이런 식으로 가 버리게 된다”고 일갈했다.
토론에 함께 출연한 유 이사장은 “우리에게 알려진 거의 모든 정보들은 검찰의 주장이고 검찰의 주장이 언제나 팩트 또는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각자가 신뢰하는 정보에 입각해 하면 되지만 검찰은 국가의 합법적 강제력을 동원해 어떤 시민 개인을 법정에 세워 징벌하는 기관”이라고 반박했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조국은 부도덕하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구속해야 하고 징역을 살아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담은 보도들이 넘쳐난다”고 한 유 이사장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을 한 것과 그 사람을 국가 권력을 동원해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 등의 형벌을 내리는 것의 정당성에 대한 기준은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이사장은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주장하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면서 “검찰이 언론에 퍼뜨려 도덕적인 덫을 씌워(조 전 장관에 대한) 처벌 여론을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꼬집었다.
유 이사장의 말을 듣던 진 전 교수는 “재판 가서 검찰의 기소 내용이 맞다고 결론이 나면 그때는 사법이 썩었다고 하지 않겠냐”고 반박했다. 이에 유 이사장도 “검찰도 사법도 썩었다”고 응수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아들이 2016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유학할 때 온라인 시험 문제를 사진으로 전달받아 나눠 푼 뒤 아들에게 답을 전달해 아들이 A학점을 받았다는 내용을 기재하며 조지워싱턴대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객관식 10문항을 절반씩 나눠 조 전 장관은 중간부터 끝까지, 아내 정경심 교수는 맨 위에서 중간까지 풀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국에 있던 조 전 장관 아들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시험 문항이 열리자마자 이를 촬영·캡처했다. 이를 메신저와 이메일로 부모에게 보냈고, 부모가 전송하는 정답 숫자를 답안에 입력했다.
검찰이 이 행위를 조 전 장관 부부의 업무방해 혐의로 판단한 사실이 전해지자 조 전 장관 지지자들 사이에선 “앞으로 자녀 숙제를 도우면 잡혀가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는 ‘수강생은 단독으로 응시해야 하며, 외부 조력이 금지된다’는 학교 측의 온라인 시험 규정을 어긴 것이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