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를 함께 진행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검찰, 언론 등을 주제로 설전을 벌였다. 진 교수는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와 ‘김어준의 뉴스공장’ ‘MBC PD수첩’ 등이 왜곡 보도해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검찰의 주장이 언제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1일 ‘JTBC 신년토론’에는 유 이사장과 진 전 교수, 이창현 국민대 교수,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 등이 출연해 전통 미디어에 대한 불신현상의 원인과 해법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유 이사장은 기레기라는 단어가 탄생하고 널리 쓰이게 된 이유에 대해 보도의 품질이 낮아서 그렇다고 진단했다. 유 이사장은 “품질이 높은 보도라는 것은 정확한 사실을 보도해야 되고 사실들에 적절한 관계를 맺어 맥락을 전달해야 하고 그 맥락을 통해 해석을 실어 보내는 것이 언론 보도인데 사실이 정확하지 않고 중요한 사실, 의미 있는 사실을 선택하는 기준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논리적 토론을 거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그것이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을 때 이용자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데 피드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으로 그 의견을 보내도 독자가 느끼는 문제가 반복될 때 미디어 소비자들은 이것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고 고의다. 이렇게 의심하게 되고 소통하지 않는다는 불신, 품질 낮은 기사가 한두 번 나올 수 있다”고 한 유 이사장은 “완전한 오보로 밝혀지거나 왜곡된 보도로 밝혀진 경우에조차 사과한 적도 없고 제대로 정정한 적도 없고 일방적으로 자기들이 말하고 싶은 것을 써 보내고 있다. 때문에 경계심을 갖게 되고 심지어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 교수는 “권위주의가 무너지는 건 찬성하지만 권위까지 낮아졌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전문가의 말을 믿지 않는다”며 “품질 낮은 기사에 대해 기레기라고 하는 데 요즘은 반대다. 품질 높은 기사를 쓰는 사람들을 기레기라고 부른다”고 반박했다. “서초동 집회에서 JTBC 기자가 보도를 하는데 그 옆에서 물러가라며 난리가 났다. 보도를 못 하게 막는 군중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한 진 전 교수는 “(지난 정권에서)JTBC는 탄핵의 굉장히 중요한 키인 노트북을 갖다 보도한 언론사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도 왜곡 보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록(정경심 자산 관리인)씨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김씨가 내가 생각해도 증거인멸이 맞다라고 발언한 부분이 있다” “그건 뺐더라. 그 기준에 따르면 이게 좋은 품질의 기사냐? 낮은 품질의 기사냐? 그런데 유 이사장은 기레기 소리 안 듣는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그다음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존이라고 했다. 농담하는 줄 알았다”며 “검찰이 압수해 증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이런 상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검찰에서 뜯어볼 때 변호인이 입회해서 보게 돼 있다. 그걸 안 하게 되면 증거로 못 쓴다. 전문가들이 말도 안 된다는 얘기를 대중들한테 얘기하는데… 이는 일종의 피해망상이다. 이 망상을 알릴레오를 듣는 대중들이 사실로 믿는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여론을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피의자가 하고 싶은 말만, 법적으로 다 조율해 나왔더라”며 “정상적인 인터뷰였다며 자기가 봉사활동을 했다고 하는 것에 대해 어느 프로그램인지, 담당 교수가 누구인지, 원어민 교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하면 끝인데 그런 질문을 안 한다. 본 사람 하나도 없다는 데도 그런 질문을 안 하고 온갖 변명만 들어줬다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 많은 교수 중 (위조되지 않았다고 보는) 두 교수 빼고 나머지 다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김어준이 총장이 (교수들을)색출해 들어가서 말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며 “완전히 전도된 이야기인데 대중들이 지금도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PD 수첩도 마찬가지”라고 한 진 전 교수는 “동양대에서 표창장 위조되지 않았다고 본 사람은 딱 둘인데 그 두 교수만 접촉했다. 내가 다른 입장을 가졌다는 걸 알면서도 나한테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딱 정해 놓고 갔다는 것”이라고 했다.
PD수첩의 보도를 ‘야바위 수준’이라고 평가한 진 교수는 “직인 만들어준 주물공장을 찾아가 똑같이 만들 확률이 몇십만 분의 1이냐고 떠들어댄다. 의미가 있으려면 인주 묻은 직인이 찍힌 표창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며 “이게 없는 상황에서 하나 마나 한 보도를 한 거다. 프린트 용지에 붙은 금박이 위조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냥 프린트 용지다. 10명 필요해 받아오고 9명만 주면 하나 남아 돌아다니는 거다. 거기다 프린트하면 되는 문제인데 그거 가지고 전문가 불러 사진을 찍어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건 야바위 수법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검찰에서 주장하는 것이고 사실인지 아닌지 저는 모른다”며 “검찰이 언론에 퍼뜨려 도덕적인 덫을 씌워 처벌여론을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유 이사장은 “미디어 소비자들이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 적대감, 그다음 아주 능동적인, 어떻게 보면 공격적인 비평을 한다.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갔던 일들이 지금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유 이사장은 “전통 언론이 또 언론인들이 잘 적응해 대응했더라면 기레기라는 용어는 탄생하지 않았으리라 본다”며 “이렇게 계속 적응을 거부하고 간다면 기레기라는 말로 이렇게 비난하는 사태를 넘어 언론 기업의 존재 그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한국 언론이 불신받는 이유에 대해 구조, 의식, 관행 세 가지를 꼽았다. “구조적인 문제가 불신의 원인”이라고 한 유 이사장은 “수신료 받는 공영방송 빼고 나머지는 공적 역할을 하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사기업으로 조직된 공적인 역할을 하는 언론 기업은 사주의 지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언론사의 기자들이 어떤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계를 맺어 어떤 메시지를 실어 보낼 건지에 대해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광고주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 유 이사장은 “종합일간지 중 딱 한 신문만 삼성의 광고가 없다. 광고를 받는 신문들은 어느 정도 자제를 한다는 뜻이다”라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이어 “경제 뉴스의 경우 경제 관료들이나 대기업이 주는 것을 받아 쓰고 사회뉴스는 경찰서 출입하면서 받아쓴다. 두 번째 관행의 문제는 아주 편하게 기사를 쓴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의식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지금 제일 문제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