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은 어떻게 일본을 탈출했을까? 미국 블름버그는 1일 아직까지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출 경로와 관련해 언론과 인터넷에서 나도는 다양한 얘기들을 소개했다.
곤 전 회장은 보수 축소 신고와 회사자금 유용 등 혐의로 재작년 체포됐으며 보석으로 풀려난 뒤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다. 그는 보석 조건으로 3일 이상의 여행을 하는 경우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출국은 아예 금지됐다. 또 일본 형법상 ‘징역·금고 3년 이상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해당해 출입국관리 당국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다. 출국하고자 할 경우 입국심사관이 곧바로 수사기관에 통보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로로 해외로 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 곤 전 회장이 지난 31일 오후 “나는 레바논에 있다”고 밝혔다.
레바논 방송국 MTV는 곤 전 회장이 도쿄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고, 악단을 가장한 민간경비업체 직원들이 들어와 돌아가는 길에 커다란 악기 케이스에 곤 전 회장을 숨겨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일본 출국 후엔 터키를 경유해 개인 비행기로 레바논에 진입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채 곤 전 회장의 부인인 캐롤이 터키에 거주하는 친척이나 지인들과 협력해 탈출시켰다고 전했다. 또 곤 전 회장이 일본의 지방공항에서 터키로 들어왔고, 부인의 ID카드를 이용해 레바논에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의 유력 신문 안나하르는 곤 전 회장이 프랑스 여권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레바논에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프랑스 경제신문 레제코는 곤 전 회장이 위조여권을 사용했으며, 발각될 가능성이 낮은 지방공항을 통해 출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익명의 레바논 지배층을 인용해 레바논 정치 지도자들이 베이루트 공항 측에 곤 전 회장 입국 시 절차를 무시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이동할 때 개인 비행기가 이용됐다는 얘기도 확산되고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지난 29 일 밤 간사이 공항에서 이스탄불로 향했다. 아사히는 곤 전 회장 명의의 개인 제트기가 1대 있다는 국토교통성의 기록을 인용하며 그가 간사이 공항에서 출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비행 추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거리 비즈니스 제트기 1대가 간사이 공항에서 이륙, 30일 아침에 이스탄불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은 현재 베이루트에 있는 자신의 집에 아내와 함께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