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라크에 공수부대 4000명 투입준비”

입력 2020-01-01 17:34
미국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시설을 폭격한 데 분노한 민병들과 이들을 추종하는 시위대가 지난 31일(현지시간) 수도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에 몰려들어 리셉션 룸에 불을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습격 사태 대응을 위해 병력 750명을 추가로 급파한다고 31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최대 4000명 규모의 공수부대원이 수일 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성명에서 “제82 공정사단 산하 신속대응부대(IRF) 소속 보병대대를 파견하기로 인가했다”며 “IRF와는 별개로 다른 병력도 수일 내에 파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1차 파병 규모를 약 750명으로 밝혔다.

그는 “파병 결정은 미국 직원과 시설에 대한 위협이 커진 데 따른 적절한 조치며, 아울러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정부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해병대 소속 MV-22 오스프리 수송기들이 지난 31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구내에 특임해병단 기동타격대 병사들을 내려놓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미 방송 폭스뉴스는 현지 제82 공정사단 내 4000명 여단 규모의 공수부대원이 수일 내에 투입될 수 있도록 군장을 챙기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은 앞서 대사관이 공격당한 직후 해병대 병력을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으로 배치했다. 100여명의 해병대가 대사관 경비 강화를 위해 현지에 도착했다고 폭스뉴스는 보도했다. 여기에 IRF 소속 750명을 추가 배치해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미 해병대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의 경호와 미국민의 안전을 위해” 쿠웨이트에 주둔 중인 해병대 위기대응부대를 이라크로 파병했다고 밝혔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현재 중동 지역에 6만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며 이라크에 약 5000명이 배치돼 있다. 이란에서의 위협이 지난 5월부터 증가하면서 중동에 파병된 미군은 1만4000명 정도 늘어난 상황이다.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를 폭격한 미국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지난 31일(현지시간)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에 진입, 기물을 부수고 불을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시위대는 지난 29일 미군이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를 폭격해 수십명이 숨진 것에 항의하며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으로 몰려갔다. 이들은 대사관 철문을 부수고 공관 안쪽으로 진입해 경비초소 등에 불을 지르고 반미 구호를 외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 대사관 공격 배후에 테러리스트가 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와 카이스 알-카잘리가 이를(대사관 공격) 조직하고, 이란의 대리인인 하디 알 아마리와 팔레 알 파야드가 선동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이 지목한 4명이 시위대 속에 있는 사진을 올리면서 “이들 모두 우리 대사관 밖에서 촬영됐다”고 말했다.

알무한디스는 미군에 폭격당한 시아파 민병대 카티이브-헤즈볼라의 창설자로 시아파 민병대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카이스 카잘리는 시아파 민병대 아사이브 알 알하크의 수장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