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3.8% 만큼 빠진 한국 수출…올해 회복되도 갈 길 멀다

입력 2020-01-01 17:23

한국의 지난해 수출 규모가 10년 만에 두 자릿수 비율로 하락했다. 2018년과 비교해 지난해 줄어든 수출금액은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3.8%에 이른다. 수출 추락의 주된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단가 하락 등 대외 여건 악화다. 정부는 올해 수출 여건이 다소 개선된다고 관측한다. 하지만 개선 규모가 하락 폭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수출액이 5424억1300만 달러로 2018년 6048억6000만 달러보다 10.3%(624억4700만 달러)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연간 수출액이 두 자릿수 비율로 내려가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한창이던 2009년(-13.9%) 이후 10년 만이다. 월별 집계에서도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일반적으로 수출입 통계는 달러 단위로 집계하지만, 2019년의 수출액 감소 폭을 원화로 환산하면 72조1877억원에 이른다. 1893조4970억원이었던 2018년 명목 GDP의 3.8%에 달하는 금액이 수출에서 빠진 셈이다.

산업부는 “미·중 무역분쟁,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단가 하락, 국제유가 하락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수출 물량은 7.9% 늘었는데도 수출액이 25.9%나 추락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 호황’을 맞았던 2018년의 기저효과 탓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적인 부진에도 수출 물량 유지, 일부 주력·신성장 품목 선전 등으로 ‘반등의 불씨’는 살렸다. 지난해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0.3% 증가했다. 반도체 등의 단가 하락이 진정되면 흐름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동차 수출 역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의 선전에 힘입어 5.3% 증가했다. 바이오·헬스(8.5%), 이차전지(2.7%) 등 신성장 품목의 수출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안에 ‘수출 마이너스’를 탈출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각각 10.8%, 14.4% 늘어난 무역금융과 해외 마케팅 예산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할 방침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본격화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60.9%나 떨어졌던 D램 단가가 회복되면 수출액에서도 오름세를 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올해 수출의 회복 폭이 지난해 추락 폭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에 ‘2020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56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