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인민이 허리띠 조이지 않게”→“허리띠 졸라매도 존엄 지켜야”

입력 2020-01-01 16:03 수정 2020-01-01 16:0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이는 집권 초기인 2012년 4월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발언에서 달라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경축 열병식에서 ‘허리띠’ 발언을 했다. 당시 집권 100일을 갓 넘긴 그는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말했다.

7년 8개월 뒤인 지난 31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억센 혁명 신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에게 있어서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허리띠 발언 변화는 북한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침체’, ‘타성에 젖은’ 등 단어를 써 가며 경제 부문을 비판했다.

그는 “국가관리와 경제사업을 비롯한 이여의(다른) 분야에서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자력갱생, 자급자족하자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우리의 사업은 지난날의 타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가관리 사업과 경제사업) 자립, 자강의 거창한 위업을 견인하고 추동하기에는 불충분하며 대담하게 혁신하지 못하고 침체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럼에도 정면돌파를 주문했다. 제재가 장기화되도 이를 스스로 힘으로 타개하자고 인민들을 독려한 것이다. 그는 “미국과 적대 세력들이 우리가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리라는 꿈은 꾸지도 말아야 하며, 사회주의 건설의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난관을 오직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기 힘을 믿지 못하는 땜때기식 투자, 자체의 잠재력에 의거하지 않는 하루살이식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미래를 내다보면서 전망성 있게 사업하는 것이 혁명을 책임지는 마땅한 태도”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배포한 분석자료에서 “북한이 장기적 제재 국면을 기정 사실화했다.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활로을 위한 ‘정면돌파전’ 강행을 강조하며 경제가 기본 전선임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