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또 말로만 협박”…‘위험한 도박’에 대화 여지도 남겨

입력 2020-01-01 14:34 수정 2020-01-01 14:40
워싱턴 외교소식통 “북한, 도발과 협상장 복귀 놓고 깊은 고민”
뉴욕타임스 “김정은 발표는 대북 제재 해제 촉구하는 경고 사격”
한반도 전문가 카지아니스 “북한 전략 위험, 미국 강경 대응할 수도”
로이터통신 “북한이 대화 여지는 열어 둬”


미국 언론들은 3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경고하고 나선 데 대해 크게 우려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도 주목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북 제재 해제와 체제 안전 보장을 얻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이 엄포만 계속하면서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고 분석에도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경고했으나 아무 일이 없었다”면서 “이번에도 북한은 행동 없이 말로만 미국을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과의 정면충돌 위험을 무릅쓰고 도발을 감행할지, 아니면 못 이기는 척 협상장으로 돌아가야 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북한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와 ICBM 시험 모라토리엄(유예)에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말한 것은 이들 시험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사실을 가장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이어 “북한의 (핵·전략무기) 시험이 임박했는지는 확실치 않다”면서 “김 위원장의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 해제 시작을 촉구하는 경고 사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 담당 국장은 “북한은 가장 원하는 대북 제재 해제와 일종의 안전 보장이라는 두 가지 양보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에 사실상 ICBM을 들이댄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위험한 지정학적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면서 “북한의 전략은 위험해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 강화나 동아시아에서의 전력 증강,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나오는 ‘화염과 분노’ 같은 위협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김 위원장이 북·미 협상 중단이나 핵무기·ICBM 시험 모라토리엄 해제에 나서겠다고 명백하게 드러낸 것은 아니다”고 유보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AP통신은 그러나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지켜보면서 적극적으로 북·미 협상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김 위원장이 “우리의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근거로 “북한이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