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약속 지키는 사람…‘선물’은 꽃병이길”

입력 2020-01-01 11:35 수정 2020-01-01 13: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연말을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언급했던 ‘선물’이 꽃병이길 바란다며 신뢰의 제스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말을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비핵화에 대한 계약서에 사인했다”며 “나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a man of his word)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가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의 첫 번째 문장이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새로운 전략무기 목격’을 거론하며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단 공약에 더는 일방적으로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핵실험·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의 종식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제7기 5차 전원회의는 북한 노동당의 최상위급 의사결정기구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역행하는 ‘새로운 길’을 언급하며 고강도 도발을 시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성탄절 선물이 예쁜 꽃병이길 희망한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거듭 신뢰의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 북한이 레드라인을 밟는 등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기 전에 김 위원장의 궤도탈선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봐라. 그는 나를 좋아하고 나를 그를 좋아한다. 우리는 잘 지낸다”며 좋은 관계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여러 차례 언급하는 것은 비핵화 약속 이행에 대한 낙관론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북한이 ‘선물’을 공언했던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에도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북한의 성탄 선물에 대한 질문에 “야주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아마도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 미사일 시험발사가 아니라 예쁜 꽃병 같은 선물일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