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마지막 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 제시한 ‘연말시한’의 마감일이어서 엄숙한 분위기가 예상됐으나 밝은 표정의 사진이 여러 장 공개됐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회의 참석자도 대부분 편안하고 안정된 표정이었다.
1일 오전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김 위원장은 31일은 밝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첫날부터 사흘째까지는 굳은 얼굴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사진 속의 김 위원장은 거침없이 환하게 웃거나 큼직큼직하게 팔을 내저으며 발언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 옆 참석자들도 편안한 표정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김재룡 내각 총리는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주석단 착석자 대부분 검은 정장에 단정하게 넥타이를 맸지만 노타이 차림인 이들도 눈에 띄었다. 앞선 3일간 회의 내내 ‘받아쓰기’만 하던 긴장된 분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된 모습이다.
북한이 밝은 모습 위주로 사진을 공개한 것은 북미 대화 교착 등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전원회의 보고에서 “적대적 행위와 핵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가시적 경제성과와 복락만을 보고 미래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며 “곧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TV도 이날 오전 9시 방송에서 회의 과정 전반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참석자들이 노동당 본부청사로 입장하는 모습, 김 위원장이 단상으로 걸어가는 모습, 1000여 명의 참석자들이 뜨겁게 기립박수를 보내자 김 위원장 역시 박수로 화답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전술유도무기, 초대형 방사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등 지난해 공개한 무기들의 스틸컷도 영상에 삽입됐다.
조선중앙TV는 최근 재개발된 삼지연시, 새로이 건설된 중평남새온실 양묘장과 양덕 온천문화휴양지 등 경제 성과들의 전경도 보여줬다. 미국의 새로운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북 제재가 이어지더라도 ’자립경제와 자위적 국방력 병진‘으로 자력갱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회의 첫날 검은 인민복을, 이틀째와 사흘째에는 흰 옷차림으로 단상에 올랐지만 마지막에는 검은 인민복으로 복귀했다. 중앙TV 영상에서는 입술 주변에 뾰루지가 돋아 있지만 중앙통신 사진에는 피부가 깨끗하게 표현돼 일부 사진이 보정된 것으로 보인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