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연극평론가 구히서 선생 별세

입력 2019-12-31 19:03 수정 2019-12-31 19:05
연합뉴스. 김광보 연출가 제공


원로 연극평론가 구히서(본명 구희서) 선생이 31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고인은 수년 전 건강이 악화하면서 자택에서 투병해왔으며, 이날 오전 3시쯤 서울대병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고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문화재관리국과 문화재연구소 등에서 근무했으며 1970년부터 1994년까지 한국일보 등 언론사에서 연극 전문기자로 일했다. 퇴직 후인 1994~1998년에는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을 지냈다.

고인은 여석기 한상철 이태주 이상일 평론가 등과 함께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전신인 서울연극평론가 그룹을 이끈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연극평론가그룹은 공연예술계에서 평론가 집단을 형성한 최초 사례다.

또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연극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쓴 평론 200여편을 사진과 함께 수록한 평론집 ‘연극읽기’(1999) 3부작을 출간하면서 연극 평단에 저널리즘 비평이란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아일랜드’ ‘시즈위 밴지는 죽었다’ ‘황금연못’ 등 해외 유수의 희곡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전통 예술과 무용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던 고인은 ‘한국의 명무’ ‘무대 위의 얼굴’ ‘춤과 그 사람’ 등 전문 서적도 출간했다. 고인이 단독으로 심사해 수상자를 정하는 ‘히서연극상’도 1996년 시작했는데, 고인이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발굴한 배우에게 주는 상이기에 권위를 인정받았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층 6호실, 발인은 오는 2일 오전 9시.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