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정치인 망언에 몸살… 2019 최악 성차별 발언은?

입력 2020-01-01 07:00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치혐오를 유발하는 정치인의 망언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2019년 한 해 동안 정치인의 망언과 실언이 잇따랐습니다. 일본의 단 시민단체는 지난 한 해 정치인 최악의 발언을 선정하는 캠페인을 열고 8명의 후보를 선정했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0일 대학교수 7명으로 구성된 ‘공적 발언의 성차별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이 2019년 정치인 최악의 발언을 선정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투표는 오는 9일까지 진행되고 11일 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아소 다로. 사진=연합뉴스

◇망언도 해본 사람이 잘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망언 제조기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후보 중 하나입니다. 그는 지난 2월 저출생·고령화에 대해 “지금 노인이 나쁜 것 같다고 말하는 이상한 사람이 많지만 이건 잘못됐다”며 “아이를 낳지 않는 쪽이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야당은 “인권의식이 전혀 없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람, 갖지 않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을 뿐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아소 부총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실언을 하며 물의를 빚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최악의 성차별 발언 정치인’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부하직원인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재무성 사무차관이 2018년 4월 방송사 여기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 등 성희롱 발언을 한 뒤 궁지에 몰렸을 때 아소 부총리는 “그 말이 싫었으면 자리를 떴으면 됐다” “재무성 담당 기자를 모두 남성으로 하면 된다” “안 만졌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 등 발언을 했습니다. 오히려 “(후쿠다 차관이) 속아 넘어간 것 아니냐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성폭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자민당 소속 사쿠라다 요시타카 전 올림픽·사이버보안 담당상(중의원 의원)도 출산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는 “자녀들과 손자·손녀들에게는 꼭 아이를 최소 3명 정도는 낳도록 부탁해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는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합계출산율) 2.2는 필요하다고 한다”며 “하지만 결혼하지 않아도 좋다는 여성이 순식간에 늘어나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이 비혼이나 비출산을 선택하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 낳는 존재로만 본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요시타카 전 담당상은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해서도 망언을 해 비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는 2016년 “군 위안부를 희생자인 것처럼 하는 선전 공작에 너무 현혹당했다”며 “위안부는 2차 대전 당시 일본 국내법상 합법적인 매춘부였다”는 망언을 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9년 7월 6일 오사카 상점가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선거 지원 유세에서 망언을 해 빈축을 샀다. 사진=교도연합뉴스

◇아베 총리, 불륜조장 선거유세?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망언이 쏟아졌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실언이 단연 눈에 띕니다. 아베 총리는 니가타현 조에쓰시 거리연설에서 투표를 독려하며 “아버지들도 연인을 유혹해, 어머니들도 옛날 애인을 찾아 투표소를 방문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농담조로 한 말이었는데, 아버지나 어머니의 애인이라는 단어를 등장시켜 ‘불륜 조장’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자민당 소속 이나다 도모미 전 방위상(중의원)은 여당 후보에게 “저와 모리(모리 마사코)의 공통점은 둘 다 미인이라는 것”이라는 발언했습니다. 이 역시 선거에서 역할이나 능력보다는 여성 정치인의 외모를 쟁점화 한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마시코 테루히코 참의원은 후쿠시마 선거구에서 야당 후보에 대해 “보시다시피 결코 미인은 아니지만 매우 매력적”이라고 ‘외모 평가’를 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특히 지난 참의원 선거는 일본 여성들의 정치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정치 분야의 남녀 공동참획 추진법(후보자남녀균등법)’이 처음 적용된 선거인데, 구태의연한 의식이 드러났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자민당 소속 미츠야 노리오 중의원은 현직인 요시카와 유미 의원의 지원유세 당시 “6년간 요시카와 유미의 가장 큰 공적은 아이를 만든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여성의 가장 큰 역할을 ‘아이 낳는 것’이라고 강조한 셈입니다.

아베 총리의 복심인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성 대신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역시 여성 후보 지원 유세에서 “어머니가 돼 한층 더 성장한 후보를 응원해달라”고 말해 비판 받았습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