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 성금 절도범들 “사업자금 쓰려고 훔쳤다”

입력 2019-12-31 17:26 수정 2019-12-31 17:29

전주완산경찰서는 지난 30일 전북 전주시에서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6000여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특수절도 등)로 31일 A씨(35)와 B씨(3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얼굴 없는 천사의 ‘몰래 기부’가 올해도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범행을 준비했다. 두 사람은 경찰에서 “유튜브를 보니 얼굴 없는 천사가 이맘때 오는 것 같더라. 사업 자금이 필요해서 (천사를) 기다렸다가 돈을 훔쳤다”고 말했다. A씨가 고교 후배인 B씨에게 범행을 제안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에게 전과가 없고 수법이 여느 지능범처럼 치밀하지 못했지만 훔친 금액이 비교적 많고 도주 우려가 있어 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전날 오전 10시쯤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 뒤편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서 범행했다. 지난 26일 오전 7시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주민센터 인근에서 대기한 데 이어 범행 당일 오전 2시부터 8시간 동안 주민센터 근처에서 잠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범행에 쓰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번호판을 A씨의 거주지인 논산에서 전주로 이동 중 휴게소에 들러 물이 묻은 휴지로 가렸다.

두 사람은 평소 동네에서 눈에 띄지 않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수상하게 여긴 인근 주민이 차량 번호를 적어뒀다가 경찰에 제보한 덕택에 붙잡혔다. 전북경찰청과 충남경찰청은 이들을 도주 4시간여만에 충남 논산과 대전 인근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세요’ 문구가 적힌 A4용지, 오만원권 지폐 100장을 묶은 다발 12개와 돼지 저금통에 든 동전을 합한 6016만2310원을 회수했다. 조만간 노송동주민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