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로봇?… 트럼프가 리트윗한 수상한 계정의 실체

입력 2019-12-31 17:2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 고발자 실명이 담긴 익명의 트위터 게시물을 리트윗하자, 내용의 진위 여부와 계정 주인의 실체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AP통신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리트윗한 계정의 주인은 당초 그의 여성 지지자로 추정됐다. 하지만 여러 근거를 통해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 계정은 처음에는 ‘서퍼맘77(surfermom77)’으로 등록됐다. 최근 사람이 운영하지 않는 흔적이 발견되면서 자동 게시물 생성 프로그램인 ‘트윗봇(트위터+로봇)’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계정에 올라온 지난 6년간 게시물을 살펴보면 하루 평균 72개가 업로드됐다. 인간이 했다고 보기에는 활동량이 상당히 많다.

아울러 정장을 입은 여성의 사진이 프로필로 지정돼 여성일 것으로 추측됐지만, 이 사진 역시 개인이 촬영한 것이 아닌 무료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리트윗 한 이후에는 사용자명과 계좌 주소도 계속 바뀌었다. ‘서퍼맘77’에서 ‘러블리지지33(LovelyGigi33)’로 변했고 사용자명도 소피아에서 엠마, 그 뒤에는 레오나, 지지로 계속 바뀌었다.

프로필 사진도 교체됐다. 현재는 빨간 구두를 신은 여성의 다리가 촬영된 사진이다.

소개글을 살펴보면 그는 자신을 ‘캘리포니아 거주자’ ‘트럼프 지지자’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력은 수상하다. 교사였다가, 역사가였다가 작가가 되기도 했다.

AP통신은 “트위터의 익명성은 자유로운 발언을 허용했지만 사실이 아닌 주장을 퍼뜨리고 다른 사람을 모욕할 여지도 생겼다”며 “허위의 트윗을 미국 대통령이 리트윗했다면 파급력도 상당해진다”고 보도했다.

AP

트럼프는 지난 28일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자 이름과 그가 위증했다는 주장이 담긴 트윗을 리트윗했다가 삭제했다. 이 스캔들은 트럼프가 지난 7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를 대가로 자신의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종용했다는 의혹이다.

내부고발자는 ‘중앙정보국 분석가’ 정도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젤렌스키의 통화내용을 지난 8월 정보기관감찰관실에 신고했다.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는 미 역사상 하원의 탄핵을 받은 세 번째 대통령이 됐다.

CNN은 “이번 탄핵조사와 관련된 거의 모든 관리들이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트럼프가 이런 리트윗을 날린 게 매우 주목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