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모두가 컬링 알도록” 국대 스킵 김은지의 신년다짐

입력 2020-01-01 04:05
여자컬링국가대표팀 경기도청 선수들이 지난달 30일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설예은, 김은지, 엄민지, 설예지, 김수지. 이병주 기자

‘빙상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팀킴’의 맹활약을 통해 한국 국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현 여자 컬링국가대표팀인 ‘컬스데이(컬링+걸스데이)’ 경기도청의 스킵 김은지(30)는 새해 컬링 인기 상승과 동계올림픽 출전자격 획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꿈을 꾸고 있다.

김은지는 지난달 30일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해는 한국인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컬링이 뭔지 아는 해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기도청은 2019년 7월 열린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19-2020시즌 여자 컬링 국가대표 자격을 따냈다.

어린 시절 김은지는 빙속 선수로서 빙판에 올랐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종목을 바꿔 컬링에 입문했다. 김은지는 “마지막 투구에서 승부가 크게 갈릴 수 있는 반전의 매력에 빠져 컬링을 시작했다”며 “언제든 역전을 할 수도 있고 또 당할 수도 있는 것이 컬링”이라고 전했다.
여자 컬링국가대표팀 경기도청의 스킵 김은지가 30일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투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실제로 경기도청은 7월 한국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춘천시청을 상대로 마지막 엔드 극적인 2점 스틸을 해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김은지는 “다들 춘천시청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라며 “그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라고 당시 승리 순간을 돌아봤다.

김은지는 경기도청 최고참이다. 포지션도 스톤을 던지는 스킵인 만큼 경기 내외적으로 팀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김은지는 “사실 난 스킵과 맞지 않다 생각했다. 항상 언니들에게 귀여움 받는 막내였으면 했다”면서도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 이제는 맏언니 자리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원들이 저마다 개성이 넘친다. 내가 많이 혼내기도 했는데 잘 따라와 줘서 참 고맙다”며 “날 믿고 따라 와주면 좋겠다”고 웃었다.
여자 컬링국가대표팀 경기도청 선수단. 왼쪽부터 신동호 코치, 김은지, 설예은, 엄민지, 김수지, 설예지. 이병주 기자

최근 컬링은 종목 인기를 국내에서도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2019년 12월 16일 출범한 최초의 국내 컬링리그 ‘코리아 컬링리그’가 3월까지 진행된다. 경북체육회 소속 ‘팀킴’에 춘천시청 ‘팀민지’등 컬링을 대표하는 팀들이 의정부에서 자웅을 겨룬다. 경기도청 또한 강력한 여자부 우승후보다. 김은지는 “올림픽 등 큰 대회를 제외하면 컬링이 방송중계 되는 경우가 없었는데 정해진 시간에 중계를 하니 ‘꼭 보겠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며 “컬링을 알릴 정말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은지는 평창올림픽 이후 컬링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그는 “소치 올림픽 때만 해도 컬링선수라고 하면 그게 무슨 종목인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컬링선수라고 하면 ‘너무 멋있다’는 반응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대회도 참가해야해서 국내외를 오가는 바쁜 일정이지만 너무 즐겁다”며 “우리를 알아봐주시는 것보다 컬링 자체를 알아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2020년은 한국 컬링과 경기도청에 정말 중요한 해다. 경기도청은 이달 13일부터 열리는 월드 퀄리피케이션 대회에서 2위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3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얻는다. 또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선전해야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김은지는 “반드시 잘해내야한다”며 “‘팀킴’의 평창 올림픽 활약 덕에 열 분 중 일고여덟 분이 컬링을 알게 됐는데, 2020년에는 한국에 컬링을 모르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의정부=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