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검찰개혁 위해서라면 수도권이라도 출마하겠다”

입력 2019-12-31 16:05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검찰개혁을 위해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면 떨어지더라도 기꺼이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청장직에서 물러나 경찰 인재개발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황 청장은 31일 이임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 조직에 남아서 더 일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후배들에게 남겨둬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찰을 떠난 후에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또는 마땅히 해야할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지금의 시대정신을 나는 검찰 개혁이라고 읽는다. 공직자가 시대정신을 올바로 읽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시대정신의 구현을 위해 검찰개혁에 최대한 역량을 집중했다. 퇴직 후에도 역시 검찰개혁을 위한 역할을 모색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청장은 앞서 총선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혔지만, 각종 의혹제기와 특정 정당의 고발 등으로 때 아닌 ‘수모’를 겪으며 정치참여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그는 “특정인을 거명하긴 어렵지만 일부 저질스런 사람들이 대전청장의 정당한 직무수행을 저질스럽게 공격한다”며 “명예를 지키고 싶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정치 참여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총선 출마 대신 경찰에 남아서 검찰개혁을 위한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놨다.

황 청장은 “여러 수모를 감수하면서까지 정치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퇴직을 안하고 끝까지 검찰과 싸울 수 있다”며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가능성은 모두 열려있다”고 했다.

만약 총선에 출마한다면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대전이 아닌 지역일지라도 뛰어들 수 있다고 황 청장은 강조했다.

지역 연고가 크게 필요치 않은 서울 등에 검찰개혁과 관련된 인물이 출마할 경우, 해당 지역에 출마해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황 청장은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대전에만 출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에게 명분이 있어야만 한다”며 “예컨대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서울에 출마하라고 한다면 기꺼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전에서 출마한다면 유불리를 떠나 당연히 고향인 중구에 봉사할 것”이라며 “검찰개혁을 위해 수도권에 출마하라고 한다면 떨어질 것이 예상되더라도 기꺼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한편 황 청장은 이날 오후 2시 대전청 김용원홀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그는 이임사를 통해 “검찰이 견제받지 않는 수사권·기소권으로 중립성과 독립성을 방패삼아 나라를 뒤흔드는 독자적 권력집단이 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뼈저리게 학습하고 있다”며 “공수처 법안의 국회통과는 낡은 검찰제도 붕괴의 서막이 될 것이다. 나는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