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샀는데, 어디에 담지?” 새해부터 자율포장대 시작

입력 2019-12-31 15:06 수정 2019-12-31 15:47
3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 1일부터 포장용 테이프와 끈 제공이 중단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대형마트 업계가 1일 대규모 할인행사를 시행하면서 새해부터 적용되는 자율포장대 정책도 첫 시험대에 올랐다. 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새 정책에 잘 적응할지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업체들은 1일부터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플라스틱 끈을 없애기로 했다. 포장용 종이상자는 이용할 수 있지만 상자 뚜껑을 고정할 테이프가 비치되지 않아 종이상자 이용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형마트 업계가 새해 첫날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인다는 점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간판 할인행사인 ‘초탄일’과 ‘통큰절’을 진행하고, 홈플러스도 신선, 가공, 생활용품 등을 할인판매하는 ‘빅딜데이’ 행사를 연다. 할인 행사에 소비자들이 매장에 몰리면 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마트가 지난해 11월 진행한 할인행사에는 하루 동안만 156만명이나 다녀갔다.

모델들이 이마트 초탄일 행사 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혼란을 예상한 대형마트들은 일찌감치 매장마다 자율포장대 정책 변화를 안내하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또 포장 상자 대신 이용할 수 있는 대여용 대용량 장바구니도 준비했다. 하지만 새해 첫날 몰려드는 고객들에 대처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해 첫날에만 테이프를 제공할 수도 없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정책에 대한 소비자 호응도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자율포장대 정책 변경 전부터 장바구니를 챙겨 대형마트에 오는 고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며 “장바구니 보급률이 높아져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3사는 지난해 8월 환경부와 자율협약을 맺고 매장 안에서 자율 포장대와 종이박스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포장 테이프와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종이박스는 남기고 테이프와 끈만 없애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