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한강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흙탕물을 막기 위해 토양유실이 심한 고랭지밭 매입에 나선다.
강원도는 고랭지밭 흙탕물 저감을 위한 ‘토지매수 및 완충 식생대 조성’ 사업이 한강수계기금 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1970억원을 확보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사업은 비가 올 때마다 반복해서 발생하는 흙탕물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하천변과 도로변의 토지를 매입해 나무와 다년생 식물을 심어 흙탕물 완충 식생대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도는 2021년부터 2041년까지 매년 50억~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토지를 매입할 방침이다. 특히 현재 한강수계법상 토지매입 대상은 남한강과 북한강의 수변구역으로 한정됐으나 이번 사업을 통해 대상 구역이 고랭지밭까지 확대됐다. 토지매입 대상 지역은 양구 해안면, 홍천 내면, 평창 대관령면, 인제, 강릉 왕산면, 정선 임계면, 삼척 하장면 등 7개 지역이다. 매입 면적은 6.75㎢다.
도는 이 사업을 통해 흙탕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흙탕물 저감 대책은 발생한 흙탕물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 사업은 발생 원인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도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양구 540억원, 홍천 300억원, 인제 170억원 등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대형 침사지 준설, 흙탕물 우회로 개설, 돌망태 설치 등 흙탕물 저감 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흙탕물을 막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흙탕물 발생은 하천 주변의 경작지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소양강 상류인 양구 해안면 만대지구의 경작지는 3404곳으로 1680㏊에 달하고, 내린천 유역 자운지구의 경작지는 3748곳, 1142㏊다. 주로 인삼, 감자, 무, 배추 등 고랭지 작물이 재배된다. 경작지는 경사도가 10∼20도로 가파르다. 이 때문에 비가 오면 밭의 토양이 빗물에 씻기면서 경사지를 따라 강으로 흘러든다.
문제는 흙탕물이 수중 생태계를 파괴하고 수도권 상수원까지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흙탕물에는 고농도의 총인(TP)이 섞여 있다.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려고 비료와 퇴비, 농약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에 녹아 있는 총인 총량이 많을수록 수질 오염과 녹조 발생 가능성도 더 커진다. 도에 따르면 도내 고랭지밭에서 비가 올 때 발생하는 총인 배출량은 1일 144㎏에 달한다. 이는 인구 384만명이 배출한 하수를 처리했을 때 생산되는 총인의 양과 맞먹는다.
권수안 도 수질보전담당은 “고랭지밭에 호밀 등을 심어 식생대를 조성할 경우 총인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토지매수와 완충 식생대 조성을 통해 근본적인 수질오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