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성금’ 절도범 번호판 제보한 시민, 경찰 표창 받는다

입력 2019-12-31 10:37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성금 절도 사건 용의자 A씨와 B씨가 체포된 30일 오후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전북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성금 6000여만원을 훔친 절도범 검거에 결정적 제보를 한 주민이 경찰 표창을 받게 됐다.

전주완산경찰서는 “주민 제보로 쉽게 용의 차량을 특정하고 추적에 나설 수 있었다”며 “차량 번호가 담긴 메모를 준 주민에게 범인 검거 유공 표창을 줄 방침”이라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제보자는 전날 오전 10시40분쯤 성금 절도 신고를 받고 노송동주민센터에 탐문을 나온 형사들에게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건넸다. 평소 눈 여겨 본 ‘수상한 차’에 대한 제보였다.

제보자는 경찰에 “지난주부터 동네에서 보지 못한 차가 주민센터 주변에 계속 세워져 있었다”며 “아침에 은행에 가는데 차량 번호판이 휴지로 가려져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제보를 토대로 차량 추적에 나선 전북경찰청은 용의자들이 충남지역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하고 충남 경찰의 협조를 받아 범행 4시간여 만에 충남 계룡과 대전 유성에서 A씨(35)와 B씨(34)를 특수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들이 훔쳐간 성금 6016만2310원은 무사히 돌아왔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0년 동안 성탄절 전후 노송동주민센터 주변에 수천만원이 담긴 종이상자를 놓고 사라진 남성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메모와 함께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8000여만원을 두고 갔다. 이번 기부금을 빼고 19년 동안 두고 간 성금은 6억834만660원에 달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체포된 A씨와 B씨는 유튜브를 통해 얼굴 없는 천사가 이맘때쯤 노송동주민센터 뒤편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를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돈을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 고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얼굴 없는 천사가 상자를 두고 떠난 즉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과 주민센터 직원의 진술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피의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