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대 최저… 딱 0.4% 올랐다

입력 2019-12-31 09:14
뉴시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로 하락했다. 소비와 투자, 수출 등 모든 분야가 지지부진했고,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았던 영향이 주효했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점 등도 복합적으로 반영돼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12월 상승률은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통계청은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0.4% 상승했다고 31일 밝혔다. 1965년 통계청이 소비자물가 집계를 시작하고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15년에 기록된 0.7%가 지금까지는 사상 최저였다. 당시에는 저유가와 경기 부진이 겹쳐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1999년(0.8%)을 포함해 외환위기 직후 연간 소비자물가가 0%대를 기록한 적은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다.

연간 지수를 품목성질별로 보면 석유류가 특히 하락했다. -5.7%를 기록해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 내렸다. 농·축·수산물도 -1.7%를 기록해 전체 물가를 -0.13%포인트 내렸다. 지난해에는 각각 6.8%, 3.7% 상승했던 지수였는데 올해 들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수요측 상승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및 기저효과,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역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도 낮다. 1년 전보다 0.9% 상승했는데 1999년(0.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근원물가로 불리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7% 상승했다. 이 또한 1999년(-0.2%) 이후 최저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5.1% 떨어졌다. 역시 2014년(-9.3%) 이후 가장 낮다.

‘생활물가지수’는 0.2% 상승했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하는 수치다.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전년보다 0.3% 올랐다. 소비자물가에 소유주택을 사용하면서 드는 서비스 비용을 추가한 수치인데,1995년 집계 이래 최저다. 다만 월간 상승률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다만 12월 상승률은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7% 상승했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사상 첫 마이너스(-)인 -0.4%에서 10월 보합, 11월 0.2%에 이어 이달에는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12월 근원물가는 전년보다 0.9% 상승했다. 1999년(0.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기로 구분해 보면 상반기 0.6%, 하반기 0.2%였다.

이두원 과장은 “농·축·수산물이나 석유류 하락의 기저 효과 등이 사라진다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디플레이션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