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공수처 설치 청원한 박원순 “심장 터질 듯이 기뻐”

입력 2019-12-31 09:02 수정 2019-12-31 09:05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23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심장이 터질 듯이 기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국민이 이깁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2019년의 끝자락, 천신만고 끝에 공수처법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면서 “1996년, 제가 참여연대 사무처장시절 최초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설치 내용을 담은 부패방지법안을 청원한지 장장 23년만의 일”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당시 6년동안 입법청원운동을 한 끝에 다른 부패방지법안은 통과됐지만 이 공수처 법안만 반대에 부딪혀 오늘에 이르렀던 것”이라며 “23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심장이 터질 듯이 기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23년 전 부패방지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모습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함께 올렸다.

박 시장은 “오늘 우리는 정의를 바랐던 촛불의 열망 하나를 달성했다”면서 “제도와 상식이 만들어 나갈 검찰개혁의 첫 단추를 바로 끼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까지 온 우리 국민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길고 어려운 싸움을 끝까지 해주신 국회의 결단에도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그러나 기쁜 마음 한편엔 씁쓸함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오늘 공수처 설치법안이 통과되는 그 순간까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우리 사회 기득권이 보여준 모습은 지난 수 십년간 보아왔던 그 모습과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국민의 열망이던 검찰개혁, 이제 시작”이라며 “법이 권력의 ‘흉기’가 아니라 온전히 ‘국민의 무기’가 될 수 있도록 정의를 위한 시간에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