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로운 길 키워드는 ‘무장력 강화’와 ‘자립경제’

입력 2019-12-30 17:30 수정 2019-12-30 17:37
29일 북한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2일 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3일째 계속된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새로운 길’의 핵심 키워드로 ‘무장력 강화’와 ‘자립경제’를 제시했다. 이례적인 마라톤 전원회의를 통해 ‘새로운 길’의 방향을 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8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 띄우기에 나섰다.

노동신문은 3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2일 회의가 29일에 계속됐다”며 “전원회의는 계속된다”고 보도했다. 지난 28일 시작한 전원회의가 3일째 이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조치들을 취할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외사업 부문과 군수공업 부문, 우리 무장력의 임무를 밝혔다”며 “자립경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들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강조했다”고 전했다.

공세적 조치를 위한 무장력 강화와 자립경제는 북한이 채택할 ‘새로운 길’을 뒷받침할 핵심 요소들로 분석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무장력 강화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발표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주요한 결정들을 사실상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

자립경제를 강조한 것은 대북 제재 완화가 어려운 국면을 염두에 두고, 자체적인 경제 발전에 힘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은 내년에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데다 당 창건 75주년인 점을 감안, 경제 발전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국가 운영 전반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야기한 것 같다”며 “내년 1월 1일 신년사와도 연결되겠지만, 결국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마무리하기 위한 자립경제가 핵심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29일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이틀째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또 이날 ‘인민은 최대의 영광을 드립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을 “비범한 군사적 자질과 풍모, 쌓아 올리신 군 영도 업적의 특출성으로 하여 세인의 경탄을 받으시는 장군 중의 장군”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조국 땅 방방곡곡에서 이룩되고 있는 눈부신 전변들은 우리 인민에게 존엄도 행복도 찬란한 미래도 최강의 군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심장 깊이 새겨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8주년을 맞아 국방력 강화 의지를 다진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 17일 사망하고 약 2주일 뒤인, 같은 달 30일 김 위원장을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했다.

한편 북한 권력서열 3위인 박봉주 노동당 부위원장이 3일째 진행 중인 이번 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요 인사인 박 부위원장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인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세대교체설, 건강이상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전원회의를 하고 있는 북한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며 대북 감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 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가 전날 남한 상공을 비행했다. 미국은 지난 24~25일에는 이례적으로 4대의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 등지에 띄우기도 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