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양사 합병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인가 결정을 내리면서 내년 초 합병법인 탄생을 눈앞에 두게 됐다. SK텔레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방송·통신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종합미디어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원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인수·합병 및 변경허가 등을 조건부로 인가·승인한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이 합병 심사를 요청한 지 9개월여 만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사업자의 기업결합을 인정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촉진한다는 것이 이번 승인 조치의 골자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SK텔레콤 계열의 결합상품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256만명에 이르는 티브로드 케이블TV 단품가입자들이 SK텔레콤과 결합상품 가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타 이통사에도 결합상품을 동등하게 제공하고, 결합상품 할인 반환금(위약금)을 폐지하는 등의 조건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도 SK텔레콤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동등한 조건의 유·무선 결합상품을 제공하도록 했다. 티브로드 SO 가입자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결합상품으로 전환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인하거나, 경품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합병이 완료될 경우 IPTV가 케이블 TV 업체(SO)를 합병하는 최초 사례가 된다. 앞서 완료된 LG유플러스와 CJ헬로 M&A 건은 지분인수였던 반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기업결합은 합병에 해당한다. 이 경우 과기정통부의 심사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까지 거쳐야 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SK텔레콤은 승인 절차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합병기일을 기존 내년 1월 1일에서 4월 1일로 두 차례에 걸쳐 연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방통위는 조속한 절차 진행을 위해 사전 준비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과기정통부의 사전동의 요청이 이뤄지면 곧바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꾸려 심사를 조기에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도 추가로 최대 35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방통위의 의견을 반영해 상세한 심사 결과를 다시 공개하고, 인허가 절차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향후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SK텔레콤은 내년 초 티브로드를 품게 되면서 미디어 산업 전반에 걸친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사업 외에도 ICT 사업을 확장해 매출의 절반을 비무선 사업에서 이끌어냈다. 이중 IPTV 매출은 올 3분기 33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0%, 전분기 대비 3.6% 상승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티브로드 합병이 완료되면 미디어 영역에서의 매출 증가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합병에는 SK텔레콤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IPTV, 케이블TV를 합쳐 ‘1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종합미디어’ 업체로 거듭난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 합병 추진에 이어 지난 9월 지상파 3사와 통합 OTT ‘웨이브’를 출범시키면서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키우고 있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게 되면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혁신적인 플랫폼을 선보여 전체 미디어 시장 성장을 이끈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향후 방통위 사전동의 심사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합병법인은 국내 미디어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유료방송 사업자로서의 공적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