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의 여지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시청자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죄송하다.”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는 30일 서울 마포구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거듭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은 자사 채널인 엠넷이 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하 프듀) 시리즈가 조작 파문에 휩싸인 것과 관련,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히는 자리였다. 허 대표는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본 연습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듀 시리즈를 통해 탄생한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 관련해서는 “활동 재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며 “두 그룹의 향후 활동을 통해 얻는 이익은 모두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CJ ENM의 수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개 사과를 한 것은 지난 7월 논란이 불거진 이후 5개월 만이다. 잘못을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는 했지만 일각에서는 만시지탄의 이벤트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윤용 CJ ENM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조작이 이뤄지기 전에 ‘원래 순위’를 공개할지를 묻자 “순위 공개는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어 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고위 관계자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일단 우리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CJ ENM은 향후 300억원 규모의 기금이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금이나 펀드는 가요계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정책이나 중소 기획사 지원에 쓰인다. 방송 투명성 제고를 위해 콘텐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시청자위원회도 운영키로 했다. 프듀 시리즈 재개 여부는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된 이후 결정할 예정이다.
허 대표는 “시청률만 좇다가 기본적인 윤리를 저버리는 일이 없는지 철저하게 살피면서 고쳐나가겠다”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성실한 자세로 협조하겠다. 결과에 따라 필요한 내부 조치도 엄정하게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