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들이 30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다시 논의하기 위해 비공식 회의를 연다. 로이터통신은 29일 이번 안보리 비공식 회의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제재 완화 시한인 연말을 하루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의 요구로 소집됐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16일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 완화 요구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이 당시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동상(銅像)·해산물·섬유 수출 금지 해제, 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22일) 폐지, 남북 철도·도로 협력사업 제재 대상 면제 등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한국·북한·미국·중국·러시아·일본의 6자 회담의 재개를 제안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일부 제재 완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주민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중심으로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전체 15개 이사국(상임이사국 5개·비상임이사국 10개) 가운데 9개국이 찬성해야 하고, 특히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중에선 어느 한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지만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미국은 “북한은 도발 수위를 높이겠다고 위협하며 비핵화 논의를 위한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또 금지된 대량 파괴 무기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며 향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독일도 17일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이 탄도 미사일, 대량 파괴 무기 개발과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유엔 대북 제재를 해제할 창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 미국은 “안보리는 대북 문제에서 단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안보리 언론성명 채택을 추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불발된 바 있다.
이번 회의에 대해서도 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 등은 “대북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라며 중국·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이 실제로 상정돼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안보리 외교관은 이날 통신에 “러시아와 중국이 결의안 초안을 두고 북한과 조율하고 있다”며 “안보리는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돕는 결의안을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은 결의안이 통과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