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과 재무건전성 악화 등으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CJ가 예년보다 한달가량 늦게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올해 그룹의 경영 상황을 반영해 승진 규모를 줄인 성과주의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주요 그룹과 마찬가지로 전체 임원 수도 축소됐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에 강신호 총괄부사장(58)을,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 차인혁 부사장(53)을 각각 내정했다고 30일 밝혔다. CJ올리브영 구창근 대표(46)와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51), CJ대한통운 윤도선 SCM(공급망관리) 부문장(56)을 각각 부사장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58명에 대한 승진 인사도 단행했다.
강신호 신임 대표이사는 2018년부터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지내며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 글로벌 확산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차인혁 신임 대표이사는 SK텔레콤에서 사물인터넷(IoT)사업부문장과 DT(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 추진단장 등을 지내고 지난 9월 CJ그룹에 영입됐다. 정보기술(IT)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룹 전반의 DT전략과 IT 신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번 인사에서 신임 임원은 19명이 배출됐다. 예년보다 축소된 규모다. 평균 연령은 45.3세로 지난해(47세)보다 낮아졌다. 전체 승진 임원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16명은 해외 본사와 각 사 글로벌 부문에서 나왔다. 글로벌 중심의 미래 성장 의지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승진 규모는 줄었지만 여성 임원의 비중이 확대됐다. 신임 임원 중 4명(21%)이 여성 임원이다. 신임 임원 중 여성이 20%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영양사 출신으로 뛰어난 영업실적을 낸 CJ프레시웨이 배수영 FS(급식점포 관리) 본부장(45), 영화상영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데 기여한 CJ CGV 박정신 신성장담당(45) 등이 포함됐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최진희 대표이사는 CJ 여성 임원 중 내부승진으로 부사장까지 오른 첫 사례다.
임원인사와 함께 CJ는 지주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하고 지주사 임원들을 계열사로 배치해 계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키로 했다.
CJ그룹을 비롯해 올 연말 주요 그룹의 임원 인사는 대부분 비슷한 특징을 보였다. 한국CXO연구소는 올해 주요 대기업 임원 인사가 여성 임원 강세(Woman), 융합형 임원 선호(Intercross), 인사 폭 최소화(Narrow), 임원 수 감축(Decrease), 젊은 임원으로의 세대교체(Young) 등의 ‘WINDY’형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